재계에 퍼지는 정상회담 기대감 .. 기업 51% "대북 투자 의향"

박태희.강기헌 2018. 4.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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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는 "향후 남북 관계 희망적"
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도 교류 채비
개성공단 기업들, 회담 후 방북신청
금강산 관광이 민간인 여행객 피살 이후 올해로 10년째 멈춰섰다. 사진은 중단 이후 폐허가 된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 [중앙포토]
오는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6월 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계에 ‘대북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잇단 정상회담이 대북제재 해제로 이어질 경우 대북 경제협력 사업의 물꼬가 트일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25일 발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향후 남북 관계를 묻는 질문에 82.5%가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정상회담이 화해 무드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장기적으로 북한에 투자하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업들 절반 이상(51%)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북 사업에서 기회 요인으로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개발’(33.3%),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33.3%), ‘저렴한 노동력 활용’(15.2%), ‘동북아 해외거점 확보’(9.1%) 등을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분위기에 임금인상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경영 여건이 모두 나빠지고 있지만, 대북 특수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남북경제관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경협중단 사태 재발 방지, 투자보장 등의 불확실성 제거(43.9%)’, ‘정권 변동과 관계없는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 추진(26.3%)’ 등을 주문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실장은 “정치적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대북 투자가 어렵다”며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단체들도 경협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단체로 부상한 대한상공회의소는 남북 대화의 진전 상황에 따라 민간 경제 분야의 소통 채널을 맡을 계획이다. 특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평소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해 대북관계를 새롭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경협 관련, 기업인들에 물어보니
대한상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의 경제단체 격인 조선상업회의소와 직·간접 접촉을 해왔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는 교류가 없는 상태다.

대기업 중에선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그룹이 분주하다. 금강산 관광을 맡았던 계열사 현대아산은 직원 150여명이 사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아직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같은 사업에 대해 정부의 입장 발표가 없지만, 경협에 대한 내부의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급진전할 경우에 대비해 방치된 시설물은 어떤 순서로 손 봐야 하는지, 재개될 경우 가동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 등 다각도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선 개성공단 입주사를 중심으로 ‘회담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은 정상회담 이후인 다음 달 중순 방북 신청서를 정부에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 시설점검을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폐쇄를 선언한 이후 2년 2개월째 멈춰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사 대표들은 5차례 방북 신청서를 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박태희·강기헌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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