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협하는 공룡 포털]①댓글·공감수 제한 '땜질 처방' 포털 여론 독점 바뀔 게 없다

[경향신문] ㆍ문제는 독점이다
ㆍ네이버·다음 대책 실효성 논란
ㆍ“뉴스 아웃링크 전환 서둘러야”

공룡이 된 포털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방증하듯 공정한 여론 광장으로서 위상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25일 댓글 개편안을 내놨지만 ‘땜질 처방’에 그치고 포털의 여론 독점이란 문제의 핵심은 비껴갔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댓글조작을 막기 위해 하루 댓글 추천 한도를 50개로 제한하는 내용 등의 댓글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연속해서 댓글을 작성할 때 시간 간격도 기존의 10초에서 60초로 늘렸고, 공감·비공감 클릭에도 10초 간격을 두도록 했다. 하나의 계정으로 동일 기사에 쓸 수 있는 댓글 수는 기존 20개에서 3개로 대폭 줄였다. 포털 다음도 같은 댓글을 수차례 작성한 아이디에 대해 장시간 댓글 작성을 금지하는 어뷰징(부정이용) 방지 대책을 최근 도입하기로 했다. 한 아이디가 같은 댓글을 두 번 쓰면 문자인증 보안기술인 캡차(captcha)를 적용해 댓글을 다는 주체가 사람인지, ‘매크로’ 프로그램인지 가려낸다.

그러나 여전히 댓글조작 근절과는 거리가 멀다. 드루킹처럼 2000여개 아이디를 가지고 댓글 전쟁에 뛰어드는 사람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감·비공감 클릭도 바뀐 정책에 맞춰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시 조작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어떤 방식을 쓰더라도 네이버가 중앙집중관리를 하게 되면 여론을 독점하는 방식이 된다”며 “독점의 한복판에 서려는 건 광고 때문인데 가장 올바른 조치는 기사를 생산하는 자들이 댓글을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아웃링크 전환에 대해 “언론사마다 이해관계의 많은 부분이 달라서, 관련 의견을 듣고 어떤 방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지 최대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털 스스로 뉴스를 통한 공론장이 되면서 그만큼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송경재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포털은 뉴스를 마케팅 도구로만 골몰했고 정보사회 문화를 만드는 데 소홀했다”며 “악플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자율규제에 무심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인 이은우 변호사는 “포털이 뉴스를 메인 화면에 배치하면서 뉴스를 취급하는 관점이 속보 등 경마보도식으로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뉴스의 맥락을 들여다보기는 어렵게 돼 댓글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면서 “네이버가 공론장을 위협하는 기업이 되어버렸다. 이젠 스스로 민주주의를 키워가는 사회적 책임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임아영·주영재 기자 laykn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