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평화의 집 함께 입장 '2018mm 원탁 회담'

2018. 4. 25. 22: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미리 가 본 회담장 '평화의 집'

'화합 상징' 타원형 탁자
의자엔 한반도 지도 문양
벽엔 대형 금강산 그림 걸어

대청마루 느낌 실내 재구성
"허심탄회 대화 가능케 설계"

[한겨레]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공개됐다. 정상회담 탁자는 두 개의 다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으로 제작됐으며, 두 정상이 마주 보고 앉는 테이블 중앙 폭을 2018㎜로 만들어 2018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회담장에는 신장식 작가의 그림 작품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걸었다. 회담장 실내는 한옥 내부 느낌이 나도록 꾸며졌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7일 역사의 한 장을 새롭게 쓸 남북정상회담장이 처음 공개됐다. 청와대가 25일 공개한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는 직사각형 탁자 대신 화합을 상징하는 타원형 탁자가 놓였고, 벽면엔 금강산을 담은 그림이 걸렸다. 청와대 자료와 설명을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장면을 미리 구성해 살펴봤다.

27일 오전 두 정상은 평화의집 앞에서 남쪽 의장대를 사열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듯 이번에 남쪽으로 오는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국군 3군(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다고 25일 국방부가 밝혔다. 판문점의 공간이 협소해 의장대 사열은 축소된 의장행사로 실시된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화의집으로 나란히 걸음을 옮긴다. 두 정상은 함께 평화의집 정문에 들어선다. 과거 이곳에서 열린 남북회담 때 남쪽 대표단은 왼쪽, 북쪽 대표단은 오른쪽 가운데 출입구를 이용해 따로 입장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1층 로비에 들어선 두 정상은 방명록에 서명한다. 서명대는 전통 해주소반 모양을 본떴다. 방명록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은 같은 층에 있는 환담장에 들어선다. 환담장은 정갈한 흰색 톤이다. 한지가 발린 창호문이 벽을 둘렀고, 모시로 감싼 의자들이 놓여 있다. 백의민족의 절제미를 담아 주인의 안방에서 따뜻하게 손님을 맞는 분위기를 살렸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회담장 곳곳엔 꽃을 품은 하얀 달항아리가 놓여 있다. 꽃의 왕이라는 작약, 우정을 상징하는 자줏빛 박태기나무, 평화의 상징인 데이지, 행복과 기쁨이란 꽃말의 은방울꽃에 비무장지대에서 사는 야생화와 제주의 노란 유채꽃이 담겼다. 청와대는 “1층은 환영과 배려를 주제로 손님에 대한 초대의 기쁨과 환영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가벼운 환담 뒤 두 정상은 2층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회담장 안은 한옥을 연상케 한다.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수 공사를 하면서 실내를 대청마루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 양쪽 벽면에는 전통 창호를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전통창호는 못이나 접착제 없이 홈을 끼워맞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청와대는 “견고한 남과 북의 신뢰 관계가 전통 창호처럼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라고 했다.

회담장의 색조는 푸른색이다. 회담장 바닥엔 푸른색 카펫이 깔려 있다. 벽에는 가로 681㎝, 세로 181㎝의 대형 금강산 그림이 걸려 있다. 평화의집 내부 공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 그림이 걸려 있던 곳이다. ‘금강산 작가’로 불리는 신장식 화백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란 작품이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논할 탁자는 타원형이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양쪽 정상이 마주 앉았던 각진 직사각형 탁자보다 두 정상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이번 회담을 위해 새로 만든 이 탁자의 크기는 가로 5400㎜, 세로 2018㎜다. 세로의 폭은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2018년을 의미한다. 한가운데 놓인 두 정상의 의자는 다른 의자보다 두 뼘가량 등받이가 높다. 등받이 윗부분엔 한반도 지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휴전선이라는 물리적인 경계와 분단 70년이라는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고 (양쪽이) 둘러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전체적인 탁자의 모양은 궁궐의 교각 난간 형태를 모티브 삼아 두 개의 다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 탁자에 누가 둘러앉을 것인지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빼곤 아직 미정이다. 우리 쪽 공식 수행원은 임종석 정상회담 준비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6명이다.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 북쪽 배석자는 각각 김용순 통일전선부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단 1명이었다. 이번엔 김영철 통전부장의 배석은 확실해 보인다. 두 정상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마이크를 끌어당긴다. 회담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녁 무렵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3층에 마련된 공식 만찬장에 들어선다. 방의 색깔은 싱그러운 녹색이다. 카펫도 커튼도 녹색이다. 청와대는 “무르익은 4월 만춘의 청보리밭의 푸르름과 함께 남북이 손잡고 거닐듯 평화롭게 하나가 되어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두 정상은 평양 옥류관 수석 요리사가 판문각에서 갓 뽑아낸 냉면과 문 대통령의 고향 음식인 달고기구이,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즐겨 먹던 스위스식 감자전을 함께 든다. 만찬주인 두견주와 문배주 잔도 간간이 마주친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남북 정상이 함께 있는 평화의 봄밤도 깊어간다.

성연철 박병수 기자, 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 sych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