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7개 그룹 대표들 불러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심 부족" 질타

2018. 4. 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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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7월 시범시행 앞두고
해당 그룹 대표자들과 간담회
계열사 증자·일감몰아주기..
그룹별 리스크 사례 공개하며
금융그룹 통합감독 속도전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을 위해 금융당국이 고삐를 바투 잡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금융개혁에 속도를 올리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25일 해당 그룹 대표자를 불러모아 “그룹 차원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금감원은 통합감독이 시행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내부거래 사례 등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원장 직무대행(수석부원장)은 이날 통합감독 대상인 7개 그룹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최근 금감원이 그룹별 실무자와 면담을 한 결과 통합감독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대표회사와 계열사 간 인식 차이도 큰데다, (통합감독 시행 준비를 위한) 조직과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룹의 부실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통합감독은 계열사 간 출자·사업 연계로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돼, 그룹 전체가 동반 부실에 빠지지 않도록 새로 추진되는 금융감독 제도다. 통합감독 대상은 금융계열사를 두 곳 이상 거느리고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삼성·현대차·한화·교보생명·미래에셋·디비(DB·옛 동부)·롯데 등 7곳이 해당된다.

금감원은 이날 7개 그룹과의 간담회에 앞서 주요 그룹들의 위험 거래 사례를 공개했다. 우선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각기 보유한 자사주를 5천억원씩 매입하는 교차 출자를 문제 삼았다. 이 거래로 각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으나 실제로는 미래에셋대우의 손실흡수능력이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자사주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가 정작 급할 때 해당 주식을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시스템에선 필요할 때 사용하기 어려운 돈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구분되지 않는다.

또 금감원은 영업 기반을 과도하게 계열사에 의존하는 사례도 여럿 거론했다. 롯데카드는 총 결제금액 중 30% 가까이가 롯데마트·백화점 등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할부금융업이 본업인 현대캐피탈은 수입금액의 절반 이상을 현대·기아차에 기대고 있다. 그룹 내 주력 기업이 어려워지면 금융계열사도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도 그룹 부실 위험을 높이는 사례로 지목됐다. 삼성생명은 변액보험 자산 중 절반을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주로 계열사끼리 일감을 몰아주며 서로 성장해왔는데, 이런 구조 자체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동원되기도 한다. 수년째 업황 부진으로 재무 위기를 맡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1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때 삼성생명이 400억원을 지원한 게 꼽혔다. 삼성중공업의 주주로서 증자에 참여한 것이나, 결과적으로 삼성중공업의 부실 위험을 삼성생명이 떠안게 된 모양새라는 것이다.

통합감독 대상이 될 재벌그룹들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그룹 내 영향력이 큰 지주사나 핵심 계열사는 통합감독 시행은 금융계열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기고, 금융계열사들은 그룹 눈치만 보며 숨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자와는 직접 관련이 없고 내용도 잘 모른다. (통합감독 이슈는) 금융 쪽에서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현대차 쪽도 “(통합감독의) 세부 내용이 (그룹 내에) 공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 쪽은 “금융계열사별로 (통합감독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 초 기본계획을 밝히고 모범규준 초안도 공개하는 등 통합감독의 내용을 수차례 알렸고 금융위원장이 별도로 간담회까지 열었다. 시범 시행이 오는 7월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감독 대상인) 재벌그룹들은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의도적 사보타주(저항)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경제부 종합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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