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드루킹' 몸통 수사는 안하고, '언론사 압수수색'만 속도내는 경찰

김형원 기자 2018. 4. 2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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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드루킹 사건’ 몸통 젖혀두고 別件 집착
수사개시 78일 지나도록 김경수 휴대전화 확보 못해
‘돈거래’ 김경수 보좌관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
서울청장이 나서서 “김경수 증거 없다” 거짓말

25일 경찰이 TV조선 본사(本社)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TV조선 소속 수습기자 A씨가 18일 새벽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 무단침입, 태블릿 PC 등을 가져갔다 돌려놓은 혐의로 입건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사건발생 일주일 만에 언론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벌인 행위에 대해 소속 언론사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TV조선은 지난 1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법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49)과 연루됐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경찰 ’드루킹 사건’ 몸통은 젖혀두고 별건에 집착
대조적으로 ‘드루킹 사건’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본류(本流)는 젖혀두고 별건(別件)수사에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건과 관련된 증거, 자료, 사람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 개시 78일이 지나도록 ‘핵심증거’인 김 의원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김 의원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드루킹과의)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했다”며 ‘증거인멸’을 당당히 시인(是認)했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공작소’로 사용했던 느릅나무 출판사에 대해 처음 압수수색(3월 21일)을 했을 때엔 출판사 CCTV도 확보하지도 못했다.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같은 사무실을 33일 만에 다시 압수수색하는 촌극(寸劇)을 벌였다. 그나마 경찰이 가져간 CCTV는 연결선이 빠져 작동도 안 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현장에 폴리스 라인도 치지 않았다. 이 사이 드루킹 수하인 출판사 직원들이 사무실을 찾아 트럭째 서류 등을 쓸어갔다. “경찰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지경이다. 실제 사정당국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고도 한참이나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증거가 남아 있겠느냐”며 “(용의자가) 작정했다면 이미 모든 증거가 인멸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드루킹 돈거래’ 김경수 보좌관 압수수색은 잇따라 기각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현승 기자

김 의원 보좌관 한모(49)씨와 드루킹 일당의 돈거래는 이번 사건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한 보좌관은 대선 이후인 지난해 9월 드루킹 일당인 김모(49·필명 성원)씨로부터 500만원을 건네 받았다. 변제가 이뤄진 것은 드루킹 김씨가 구속된 다음날(3월 26일)이었다. 증거인멸 목적의 ‘보여주기 식 변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한 보좌관 자택과 국회 사무실, 김해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은 잇따라 기각됐다.

한 보좌관은 서울대 인류학과 89학번으로, 김 의원(86학번)의 과 후배다. 전국대학생총연합회(전대협) 출신의 운동권으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국민제안 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드루킹 일당은 한 보좌관을 가리켜 ‘벼룩’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한 보좌관의 돈 거래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달 간 이를 뭉갰다. 4월 14일, 16일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4월 21일 언론보도로 돈 거래 사실이 드러나서야 김 의원은 “보좌관이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보좌관이 어떻게 (드루킹과 금전거래를) 했는지 경찰이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청장이 앞장서 “김경수 증거 없다” 거짓말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증거인멸 수사’의 정점(頂點)을 찍었다. 그는 수사초기 기자간담회를 열더니 “김경수 의원이 (범행에)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을 뿐” “김 의원은 기사 주소를 열어보지 않았다” 따위의 말을 쏟아냈다. 거짓말이었다.

‘드루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증거인멸 수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수사초기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쏟아냈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종찬 기자

이 청장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이후 김 의원이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드루킹에게 인터넷 기사주소(URL)을 보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밝혀졌다. 김 의원이 “홍보해주세요”라고 URL을 찍어 보내면,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고 답변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드루킹의 인사청탁을 받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소개했고 ▲김 의원 보좌관이 드루킹 일당과 금전거래 했으며 ▲김 의원이 느릅나무 출판사를 직접 방문한 사실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경찰은 언론보도가 터지면 마지못해 이를 인정하거나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반응했다. 거짓말이 탄로나자 이 청장은 “계장이 잘못 보고하는 바람에…”라며 부하직원 탓을 했다.

이 청장은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인 2003년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같은 시기 김경수 의원도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있었다. 이 청장은 전국에 6명 밖에 없는 경찰 최고위직 ‘치안정감’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직급으로 차기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 지명된다. 이 청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 나타나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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