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극단적 언행 왜?..의사들 "자기애성 성격장애 의심"

남빛나라 입력 2018. 4. 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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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결핍,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해"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 묵인·조장돼온 것 문제"
"불이익이나 처벌 없었던 문화와 조직의 문제 커"
자식에도 악영향..미숙한 자기방어 기제 생성돼
남에게 스트레스 풀고 책임 떠넘기는 전이·투사 등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3일 JTBC 뉴스룸에서는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갑질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설계 도면을 바닥에 던지는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18.04.23. (사진=JTBC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전체로 확대됐다. 특히 조 전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가하는 녹취와 영상이 연이어 공개되자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이사장 언행의 과격함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전문가들은 분노조절 장애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25일 뉴시스와 통화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모습만으로 병명이 수반되는 진단을 내릴 수는없다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러면서도 이 이사장이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상당히 심각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A교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공감능력이 없고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며 "성격장애는 보통 본인이 아니라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이 때문에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이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는 어떻게든 고치거나 도태된다. 하지만 권력자는 성격장애가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진단을 내리려면 고유한 패턴이 지속돼야 하는데 이 이사장은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는 스킬(기술)이 있어 보인다. 장애라기보다는 성향이고, 이런 성향이 묵인되도록 사회적으로 조장돼온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의 B교수는 "굉장히 거만하고 착취적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안 됐을 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의심된다"며 "이 정도면 이 이사장에게 당해서 정신질환이 생긴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언행이 알려지지 않았다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설령 이 이사장에게 정신 질환 문제가 있다 해도 그런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 본인이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아서 행동을 제지하도록 해야 했다"며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불이익이나 처벌이 없었던 문화와 조직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18.04.19. dahora83@newsis.com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의 C교수는 "이 이사장의 경우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분노조절 장애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재벌 2세, 3세들이 부와 권위를 그대로 대물림하면서 중세 봉건적인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다. 자칭 상류 계층 특유의 미성숙한 문화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부모 세대의 만행이 재벌 3세로 일컬어지는 자식 세대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C교수는 "(이 이사장 같은 행동을 보이는 부모의) 어린 자녀들이 기본 인격 수양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성인으로 성장해서 능력에 맞지 않고 버거운 자리에 앉아있다"며 "이럴 경우 부모 등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엉뚱한 이들에 푸는 전이(Transference), 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투사(Projection), 반성과 소통 대신 일단 소리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는 행동화 경향(Acting out) 등의 미숙한 자기방어 기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국립춘천병원 병원장)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내가 왜 그랬지'라며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신과를 찾는다"며 "그렇지만 이 이사장은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스스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바닥의 공사 자재를 걷어찬 뒤 여성 작업자에게 삿대질하고 서류뭉치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을 공개한 제보자는 2014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공사를 진행할 당시 촬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이 이사장의 전 운전기사가 SBS에 제보한 음성파일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야 이 개XX끼야", "씨X놈의 개XX 어유", "죽어라 이 XX 같은 개XX들아"라며 쉬지 않고 욕설과 고성을 내질렀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이 이사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을 광역수사대(광수대)에 배당하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막내딸인 조 전 전무의 폭언, 폭행 의혹을 내사하던 강서경찰서는 내사 착수 사흘 만인 17일 내사를 수사로 전환하고 조 전 전무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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