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이정현, 해경 비판보도에 호통..靑이 사표 제출 요구"

이균진 기자 2018. 4.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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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 보도국장 "윤창중 성추문 대신 朴 방미성과 요구"
"홍보수석, 막강한 위치..당시 오보 인정한 것 아냐"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News1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중단하라는 이정현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청와대가 KBS 보도국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이 의원의 재판에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의원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항의한 것이 맞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뉴스라는 것이 시의적절성이 있다"며 "뉴스가 발생했을 때 나중에 보도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나중에 (보도) 하라는 말은 지금 (보도)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보도에 문제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보도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국장은 당시 이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 "당시 이 의원이 하도 크게 소리를 지르니까 함께 뉴스 모니터링을 하던 부국장 2명이 '누가 저렇게 호통치고 난리 치는 거냐' '녹음해야 한다'고 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등이 보도국장에게 전화로 항의하고 보도를 못하게 항의하는 것이 일반적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어느 기관, 기업에서도 보도국장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변경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홍보수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우려했나"고 검찰이 묻자 "당연히 그랬다"고 답했다.

김 전 국장은 "2014년 5월 길환영 전 사장이 불러 '청와대의 요구'라며 사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청와대가 사표를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2014년 5월9일 아침에 유가족들이 이 의원과 박준우 전 정무수석을 만나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박 전 수석이 길 전 사장에게 전화해 사표를 요구했다"며 "(길 전 사장에게)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으니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내가 막을 수는 없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는 윤창중 성추문 사건 보도를 줄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성과 보도를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성추문 관련 뉴스를 첫 번째로 보도하지 말고 방미 성과를 보도하라는 길 전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수석들이 KBS를 홍보 도구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그런 전화가 흔하게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 방송법은 KBS 사장을 청와대 권력이 선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청와대) 수석이 전화하면 당연히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의원 측 변호인이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에 비유해서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것 아니냐"라고 추궁하자 김 전 국장은 "교통사고를 세월호에 비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이 당시 비판 못하게 한 것이 아니라 수습 후에 비판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시의적절성, 뉴스 가치가 있어서 발생 즉시 보도해야 한다"며 "해경 비판을 곧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 해석해서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의원의 전화는 후속 뉴스에서 잘못된 보도를 하지 말라는 취지"라는 변호인의 지적에 "이 의원이 '하필이면 대통령이 봤네'라고 말했고, 정부를 위한 보도가 많이 되어야 하는 홍보수석의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며 "홍보수석의 위치는 KBS 사장까지 관여할 수 있는 막강한 위치이기 때문에 이 의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지 오보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21일 KBS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자 김 전 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항의하면서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반발하는 김 전 국장에게 "이렇게 중요할 때 해경과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게 맞냐" "극적으로 도와달라"며 읍소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이후 김 전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KBS 뉴스9 방송을 (박근혜) 대통령이 봤다"며 KBS 뉴스9에 방송된 해경비판 보도를 심야뉴스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sd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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