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한 발 안 쏘고 범인 잡다니.." 캐나다 경찰에 깜짝 놀란 미국
[경향신문] ㆍ차량돌진 참사 대응 주목
ㆍ“경찰교육 좋은 교재 될 것”
캐나다 토론토 차량 돌진 사건 당시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범인을 체포한 경찰의 침착한 대응에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용의자와 대치하다가 경찰이 용의자를 사살하거나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잦은 미국에서 토론토 경찰의 대처법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론토 교통경찰로 7년간 근무한 켄 램은 지난 23일 차량 돌진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 알렉 미나시안과 가장 먼저 대면했다. 미나시안은 토론토 북부 노스요크의 번화가에서 승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한국인 2명 포함 10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건 당시 행인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용의자를 발견한 램은 일단 순찰차의 사이렌을 끄고 용의자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어 램은 용의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엎드려”라고 말했다. 용의자가 “나를 죽이라”고 했지만 램은 “아냐, 엎드려”라고 반복했다. 용의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으로 램을 가리키며 “내 주머니에 총이 있다”고 외쳤으나 램은 “상관없어. 엎드려”라고 말했다.
램이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쏜다”고 되풀이하자 용의자는 다시 한 번 “내 머리에 총을 쏘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가 들고 있는 물건이 총기나 흉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램은 자신의 총기를 순찰차에 내려놓고 대신 곤봉을 집어들었다. 램이 곤봉을 들고 다가가자 용의자는 손에 들었던 물건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엎드리며 체포됐다.
범죄 전문가들은 램이 상황을 안정시키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의 경찰행정연구포럼 대표 척 웩슬러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대화, 거리를 이용해 일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해 “엎드려” 등 단순한 표현을 반복 사용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뉴올리언스 경찰 출신인 로널 서패스 로욜라대 교수는 “이 영상은 (경찰 교육에 활용할)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라며 “램이 당시 상황을 얼마나 잘 다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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