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인가요..두산-SK의 '추억 리바이벌 시즌' 될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8. 4. 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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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문학 두산-SK전. 두산 양의지(위)가 추격의 솔로홈런을 치는 장면과 SK 최정이 투런포로 응수하는 장면. 연합뉴스

지난 24일 문학구장에서 두산-SK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리기 두어 시간 전. 두산 한 관계자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10여년 전을 추억했다.

“그때 여기서 말이죠….” 이 관계자가 더듬은 그때는 2007년 가을의 한국시리즈였다.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두산은 선착팀이던 SK와 원정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우승 축배를 눈앞까지 당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에서 두산은 썰물 나가듯 흐름을 빼앗기며 4연패로 패퇴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은 일종의 기준점이 됐다. 두 팀은 몇 년간 KBO리그 양강으로 군림했다.

추억 속의 시간이 수면 위로 튀어나온 것은, 두산과 SK가 올시즌 초반 1, 2위를 달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을 감안하면 두 팀의 상승세는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시각이다.

두 팀 사령탑 또한 상대를 서서히 의식하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두산과 시즌 첫 3연전을 치르며 “두산 같은 강팀과 경쟁하는 게 영광”이라며 은근한 ‘립서비스’로 한발 물러서는 듯 하면서도 “올해 첫 20경기와 지난해 첫 20경기를 비교했을 때 달라지고 있는 우리팀이 보인다. 그런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는 때가 되면 한번쯤 승부를 내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SK는 지난 24일 현재 실책 21개로 불명예 1위에 올라있을 뿐 거의 모든 공수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있다. 힐만 감독은 각종 기록을 기반으로 팀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어느 팀이든) 앞으로 몇번 더 고비가 올 것이고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에 아직 모른다”면서도 지난해 챔피언 KIA와 더불어 SK를 올 시즌 경쟁팀으로 분류하는 뉘앙스 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사실 두 팀은 10년 전과 비교해 팀 컬러부터 크게 달라져 있다.

김경문 NC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0년 중·후반, 두산은 눈에 띄는 스피드로 리그 정상을 넘봤다. 2007년 팀 평균자책점 2위로 전력의 디딤돌을 세운 뒤 이종욱·고영민 등 날쌘돌이들을 앞세워 팀도루 1위를 달리며 다른 팀 배터리를 괴롭혔다. 당시 빠른 주루플레이를 펼친 두산을 두고 ‘육상부’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당시 SK는 그야말로 ‘토털 베이스볼’을 지향했다. 2007년의 경우, 1군 엔트리 전원을 고루 쓰면서도 팀 평균자책점 1위, 팀홈런 1위, 팀 OPS(장타율+출루율) 1위 등 모든 부문에서 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두 팀의 공통 분모는 수비력이었다. 두 팀의 대결이 유독 긴장감이 높던 이유이기도 했다.

최근 두산은 과거와 비교해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운다. 야수진을 살피면 엔트리 전원이 활약하는 ‘토털 베이스볼’에 가깝다. 각 부문 지표는 중상위권 수준. 그러나 역전승 1위로 승부처에서 강하다. SK는 역대 홈런 1위팀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홈런군단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10여 년 전의 세밀함은 사라졌지만, 전형적인 ‘빅볼’을 앞세워 정상을 노리고 있다.

다시 리그 최상위권에서 마주친 두 팀이 올 시즌에는 어떤 역사를 만들까. 이번 주중 문학구장은 더그아웃 분위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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