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가능한 관세포탈, 조 에밀리 리는 강제추방될까

윤창희 2018. 4. 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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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25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한국에서 추방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25일 오전 10시 현재 75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청원은 “대한항공 일가의 동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외국인 조현민이 더는 우리 국민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추방하고, 영구 입국금지 시켜달라.”고 돼 있다.

조현민 전무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 조 에밀리 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그가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강제추방 및 입국 금지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하와이에서 출생한 조 전무는 미국법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 국적을 받아 2중 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성인이 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에어 법인 등기부 등본 등 공식 서류에 그의 이름은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로 돼 있다.

그렇다면 최근 제기되고 있는 폭행 및 관세법 위반을 이유로 조 전무를 강제추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국(법무부)의 태도에 따라 강제 추방 및 입국 금지는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을 보면 당국의 재량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는 경우는 물론이고, 선량한 풍속 등을 해치는 등의 이유로 강제추방 및 입국 금지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런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다. 유 씨는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이용해 병역을 면제받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출입국 당국은 ‘사회의 선량한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입국을 금지했다. 유 씨는 ‘당국의 입국 거부는 지나치다”며 2015년 행정 소송을 냈으니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조현민 씨도 강제 추방 가능"

조 전무도 국내 체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그에 대해 경찰과 관세청의 수사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폭행혐의다. 최근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그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물컵을 던진 의혹이다. 그가 물컵을 던진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형법 261조의 특수폭행죄 적용이 가능하다. 특수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선고가 가능하다.

더 심각한 건 관세법 위반이다.

관세청은 한진 일가의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를 포착해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관세법 269조는 밀수를 5년 이하 징역에, 270조는 관세포탈죄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포탈액이 2억 원이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미국인인 조 전무가 현재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대한항공 전무를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국내 영주권자(F-5 비자 소지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F-5 비자의 경우 미국인에 대해서는 10년짜리 그린카드를 주는데,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자 만료 전이라도 조 전무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처벌 이후 강제 퇴거도 가능하다. 물론 조 전무의 혐의가 앞으로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로 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법조계 인사는 "현재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받아도 강제 퇴거 명령을 폭넓게 내리는 추세"라며 "출입국 문제는 당국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는 것이 법원의 판례여서 조 전무가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강제퇴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현민, 한국 국적 회복 신청할까

만일 강제퇴거 위기에 몰릴 경우 조 전무가 한국 국적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 미국인인 조 전무는 항공법에 따라 국적항공사의 등기 임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한국 국적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적법은 법무부 장관이 국적회복 신청자에 대해 ‘국가나 사회에 위해(危害)를 끼친 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등의 이유로 국적 회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조 전무가 한국에서 합법적인 체류 지위를 유지하고 대한항공 임원으로 복귀하는 길은 법적인 처벌 여부와 여론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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