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동력 떨어질까..3대 악재에 속태우는 야3당

오종탁 기자 입력 2018. 4.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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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놓고 복잡해진 정국 셈법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특검 도입 논의가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한풀 꺾였다. 대여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던 야 3당으로써는 속이 타들어간다. 특검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번복하지 않는 한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민주당은 '대선 불복 프레임'과 '개헌 불발 책임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한반도 문제가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당분간 정국 이슈를 이끌 전망인 가운데, 특검 요구의 모멘텀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회 정상화에 관해 이견을 나타낸 야 3당이 언제까지 공조를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4월24일 오전 드루킹 댓글조작이 일어난 현장으로 지목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당·정부, 6월 개헌 불발 강력 비판
 
남북정상회담 이전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6월 개헌은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2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준비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시한 23일을 넘긴 지 10시간 만에 문 대통령이 유감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이 추진한 6월 개헌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좌절됐다.

드루킹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정부와 민주당은 개헌 불발을 트리거 삼아 자유한국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저만의 약속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이라며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드루킹 특검 요구 목적을 "개헌 걷어차기"로 규정한 뒤 "국민 염원 배신행위", "반역사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사실 개헌 논의는 드루킹 사건 이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개헌 시기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절대 개헌저지선(의석수의 3분의1)을 확보한 한국당이 6월 개헌 불가 입장을 내세우며 그 동력이 일정 부분 소진됐다. 지난 3월26일 문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자,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이 모조리 등을 돌린 바 있다. 이어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본궤도에조차 오르지 못한 개헌 논의를 최종적으로 무산시켰다.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비난 여론은 드루킹 특검 논의를 주도한 한국당을 향하는 분위기다.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정쟁 않기로…손 못 쓰고 '끙끙'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23일 드루킹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이후 대여 공세 강도를 일시적으로 낮췄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인데 정쟁을 이어가선 안 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이번주 중에는 각 당에서 자체 일정을 소화하고 공동 대응은 남북정삼회담 이후 다시 시작될 것 같다"며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지원하겠지만, 특검은 특검대로 계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공고히 한 상황에서 드루킹 특검 도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당이 끝까지 특검법을 반대한다면 야 3당이 공조한다고 해도 불발될 수밖에 없다. 쟁점 법안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시간도 민주당 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예상처럼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당분간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될 여지가 많다. 그럴수록 야 3당이 특검 도입을 밀어붙일 동력은 떨어진다. '정상회담까지 버티기'에 급급하던 민주당은 우호적인 여론, 개헌 불발 이슈 등을 활용해 오히려 야권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특히 드루킹 사건이 '대선 불법 여론 조작 사건'이라는 야 3당 주장을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으로 규정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TV조선의 한 기자가 드루킹이 운영한 출판사에서 태블릿PC 등을 가져간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과 해당 종합편성채널은 범죄자료를 공유하며 의혹을 부풀렸다"며 "이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한국당·TV조선·경찰의) 삼각동맹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지도부를 비롯해 당 일각에선 한국당과 TV조선, 경찰이 정보를 공유하며 드루킹 사건을 특검 수사로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KBS 《일요토론》에 출연해 TV조선과의 수사정보 공유 사실을 공개적으로 실토했다"며 "경찰 일부, TV조선, 한국당이 이번 댓글조작 공세에 일종의 커넥션을 갖고 공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야당은 이번 드루킹 사건을 대선 불법 댓글조작 사건으로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특검까지 도입해 수사하게 하려고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월 임시국회가 7일 남은 4월24일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앞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인 23일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해 6.1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회 정상화 놓고 야 3당 이견…시간 흐를수록 부담


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국민투표법 개정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법안 등 현안 처리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야 3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개헌과 민생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투표법 처리 무산과 추경 논의 지연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몰리자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평화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며 "특검 도입이 안 되면 국회가 계속 '올스톱' 상태일 텐데, 민주당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우리 당은 특검이 수용되지 않더라도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입장인데,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은 특검 불수용 시 보이콧 해지는 어렵다는 뉘앙스"라며 국회 정상화를 놓고 야 3당 간 의견 차이가 있음을 내비쳤다.

바른미래당은 자체적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 구성'이란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특검을 민주당이 수용해도 관련 문구 조정, 국회 통과, 임명 등 과정이 한 달 이상 걸린다"며 "특검이 도입되기 전에는 특수본을 검찰에 설치해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특수본 등 제안이 어느 정도 수용되면 국회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우호 여론과 국회 정상화 요구가 확대될 경우 야 3당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드루킹 특검 도입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졌던 정의당은 끝내 야 3당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이날 드루킹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 내부 격론을 벌인 끝에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오종탁 기자 amos@sisajou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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