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고층 아파트서 쏟아지는 '쓰레기 지뢰'로 몸살
의자, 화분, 축구공, 빗자루, 싱크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공공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이들이 조심해야 하는 물건들이다. 언제 하늘에서 이런 쓰레기가 떨어져 머리를 가격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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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사람이 맞았다고 상상해보라”
쿠알라룸푸르 남서부 지역에 살던 15살 소년 사디스워런은 지난 1월 15일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지역을 지나던 중 어딘가에서 날아온 사무용 의자에 머리를 맞았다. 사디스워런은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쓰레기로 인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사망 사고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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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에 설치한 그물망 위에도 쓰레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주택 부족과 불법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시가 2000년대 초부터 조성한 대규모 공공 아파트 단지다. 사디스워런의 사망 사고 이후 시 정부는 총 72개 공공 주택 단지 중 13개 단지를 쓰레기 투기 단속 구역으로 지정하며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아파트 곳곳에 공고문을 붙이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의식 수준과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한편, 행인들이 쓰레기에 맞아 다치지 않도록 곳곳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전 그물망 위로도 각종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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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시민 의식 교육 시급
고층에서 날아오는 쓰레기는 말레이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에서도 지난 2009년 7살 소녀가 툰먼 지역을 지나다 인근 아파트 주민이 던진 망치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에만 661명이 길을 지나다 쓰레기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이후 홍콩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과 캠페인 프로그램으로 부상자는 대폭 줄었지만, 사건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5년 3월에는 몽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소화기 등을 창밖으로 던졌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 해 7월에는 50세 여성이 나무 캐비넷과 헤어 드라이어 등을 집 창문으로 던져 체포됐다.
이영희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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