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미정상회담 몽골과 싱가포르 두 곳으로 압축

김현기 2018. 4. 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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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평양 대안으로 몽골 제시, 미국은 싱가포르 고수
김정은= 열차, 신변안전 우선. 트럼프=인프라, 화려함 우선
이번 주 중 합의, 발표는 시기와 의제까지 합의 후 하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오는 5~6월에 개최될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몽골과 싱가포르 두 곳으로 압축됐다고 23일(현지시간)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언급됐던 스위스·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동하는 데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점에서 배제가 됐다"며 "최종적으로 몽골과 싱가포르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결정이 될 것이지만, 정식 발표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시기와 의제 등 기타 세부 사항들이 마무리된 뒤로 미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참매 1호

그동안 제3의 장소로 거론됐던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은 북한의 구소련제 전용기(참매 1호)로는 논스톱 비행이 어렵고, 경유해 가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이 이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970년대에 북한에 넘어 온 참매 1호는 노후화로 인해 5000km 정도는 한번에 안정적으로 갈 수 있으나 그 이상의 거리는 부담스런 기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스웨덴 스톡홀름까지는 7200km, 스위스 취리히까지는 8500km에 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기 '참매 1호'를 지방 출장을 나섰던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소식통은 "북한은 아직까지도 평양 개최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정 원하지 않을 경우 몽골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라며 "북한은 몽골에 대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곳'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몽골은 북한 관리들과 서방 학자들이 그동안 반관반민(1.5트랙) 행사를 개최한 곳이다. 북한은 특히 김 위원장이 철도를 이용, 방탄열차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어 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가의 야경. [사진 몽골관광국]

하지만 미국 측은 몽골이 미국과도 우호관계가 있긴 하지만 수도 울란바토르 조차 미국과 북한 두 나라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만한 숙박시설·경호체제 등 인프라 면에서 열악하다는 점을 들어 싱가포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미 정부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한국·일본·중국은 일찍부터 후보지에서 제외했으며, 이후 동남아 국가 중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국가를 찾다보니 최종적으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비돼 있고 ▶상대적으로 각종 통제가 원활하게 가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하게 부각될 수 있는 장소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중심가의 모습

게다가 북한 대사관도 상주해 있고,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국가란 점이 감안 됐다고 한다.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는 항공편으로 약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거리로는 4700km로, 참매 1호로 논스톱 운항이 가능하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역사적인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 최대한 전세계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국가를 선택하라는 방침을 협상팀에 지시했다"며 "그 기준으로 본다면 몽골은 트럼프의 성에 차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세기의 담판'으로 불릴만큼 상징성이 큰 만큼 트럼프로선 회담 개최지 선정에 대해 합의문 도출 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의 마리나베이 복합리조트 전경

판문점·서울·제주 등 한국 개최를 기피한 것은 "이미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인데다 북핵 문제의 주도권이 한국에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원치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할 당시 '5곳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올라 있다'고 한 발언은 트럼프 특유의 '교란 발언'"이라며 "북한 측도 트럼프가 이런 교란 발언을 통해 후보지를 분산시키는 게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이미 몽골·싱가포르 두 곳으로 압축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그런 '5곳 후보지' 발언을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5곳의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국무부 장관 지명자)이 북한을 극비 방문했을 당시 폼페이오 국장에게 "북한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아무 때나 풀어주겠다"는 확약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북한 정부가 오는 27일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고 있어 석방 시기는 회담(27일) 이후 적절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은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 또는 국가전복음모 등 죄목으로 2016년 4월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은 김동철씨, 적대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 김상덕씨, 김학송 씨 등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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