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현장취재] 정부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한숨'

2018. 4.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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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석같이 믿던 나라 정책에 배신당한 꼴"

2011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신하 연구원, 기술개발 인력 지원 목적으로 중소기업에 석·박사 연구원 파견… 중소기업 파견 해제된 비정규직 연구원들, ‘정규직 전환’ 기다리다 잉여인력 취급 줄줄이 퇴직 강요받아 ‘분통’

대전광역시에 있는 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일해 온 김재홍(가명)씨는 지난해 말 일자리를 잃었다. 2011년 입사한 김씨는 6년간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했다. 입사할 당시 연구원 측은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 후 평가를 통해 사업 정규직으로 선발한다’고 했다. 1년이 지난 뒤 당연히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김씨의 직종은 ‘기업 지원 연구직’(이하 파견 연구원)이었다. 김씨가 입사하기 1년 전에 정부의 기술인재 지원사업으로 생겨난 직종이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중소기업에 경험 많은 석·박사급 연구원들을 파견해 기술개발을 돕는 사업이다. 기업 자체로 고급 인력을 채용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파견 연구원의 인건비를 절반만 부담해도 되니 반가운 일이었다. 김씨도 중소기업을 키워낸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때문에 이전에 근무했던 대기업 연구소에 비해 처우는 낮아졌지만 만족도는 컸다.

그러나 이는 김씨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기업 파견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급여가 절반으로 삭감됐다. 3개월이 지나고 4개월째부터는 당초 급여의 25%만 월급으로 지급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복귀한 지 6개월 후 연구원 측이 그에게 면직을 통보한 것이다. 내규가 그렇다고 했다. 이 연구원의 내규에 따르면 파견 연구원은 복귀 후 3개월간 급여의 50%, 4~6개월은 25%만 지급된다. 사업에 참여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당시 산업기술연구회) 에 속한 11개 출연 연구기관마다 이 같은 규정은 동일했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파견지를 구하지 못하면 소속 기관이 직권으로 면직한다.

김씨는 이런 규정을 입사 후에야 알게 됐다. 채용 공고문의 직종 소개에는 ‘1년 후 사업 정규직으로 임용’ ‘정년은 61세’ ‘임금, 파견수당, 복리후생비 등은 출연 연구기관의 평균 수준’ 등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구가 있었을 뿐이다. 지원 기업을 찾는 일도 연구원에서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론 연구원이 스스로 파견 나갈 기업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지금까지 7개 출연 연구기관에서 16명의 파견 연구원이 김씨처럼 기관 복귀 후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직권 면직돼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입사 당시 이런 규정을 알려줬다면 잘 다니던 대기업 연구소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공고문에는 ‘정규직’, 채용 뒤에는 ‘없던 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는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통합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4년 6월에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김씨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연 연구기관들이 우수 연구인력을 채용해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겠다던 사업 취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장밋빛 꿈을 갖고 입사한 석·박사급 경력 연구원들은 비정규직 신분으로 기업을 떠돈다. 연구기관과 파견 기업 사이에서의 소속도 불분명하다. 전국의 출연 연구기관 10여 곳에 소속된 5~7년차 연구원 150여 명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파견 연구원 박상진(가명)씨도 요즘 하루하루 속이 타 들어간다. 6년차 파견 연구원인 박씨도 김씨처럼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입사한 뒤에야 알게 됐다. 이미 이전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에 몰두했다.

다행히 파견 나갔던 기업의 반응과 실적이 좋았고, 복귀할 때마다 끊김 없이 새 파견지에 연결됐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대대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소식에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현재 파견된 기업과 근무 기간 만료 시점이 다가오게 되면 직장을 떠난 동료들의 뒤를 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졌다. 박씨의 걱정은 이내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파견 기업에 취업해 정착한 동료들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파견 사업과 관련 없이 스스로 일자리를 구해 떠난다. 사업 초기에는 기업의 관심도 크고 연구원에서도 매칭에 꽤 신경을 써줬는데 지금은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가라’는 식이다. 거의 프리랜서나 다름없다.”

2010년 9월 기업지원 연구 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선발된 연구원들이 이렇듯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채용 공고문이나 연구기관의 내부 운영지침 어디에도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볼 만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사업 첫해 공채에는 240명을 선발하는데 502명이 지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2010년 8월 9일 채용 공고문에는 채용 조건을 ‘기업지원연구직(사업정규직)’이란 문구와 함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속’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규직인 ‘출연 연구(연) 연구직 전직 기회 및 기업지원연구직 경력 우대’라고도 돼 있다. 단지 조건이 있다면 ‘1년간 계약직 근무 후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이 같은 조건의 채용 공고문은 이듬해(2011년)까지 유지되다가 사업 3년차인 2012년에 돌연 바뀌었다.

2012년 1월 공고문에는 ‘사업연구직’이란 용어와 ‘1년 뒤 사업정규직 전환’이란 조건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때도 비정규직이라거나 파견 복귀 후 급여가 최고 75%까지 삭감되고, 6개월 경과 후 직권 면직된다는 중요한 근로조건 정보는 설명돼 있지 않았다. 특히 직권 면직 조항은 ‘파견 기업을 찾는 것은 연구원에서 지원한다’는 책임을 파견 연구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파견 연구원들은 “우수 인력을 유인하려고 불리한 근무조건을 고의로 말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파견 연구원에 관한 내부 운영지침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한 출연 연구기관이 2011년 8월 개정한 내규에는 이전에 없었던 ‘당연 면직’ 조항이 신설됐다. 사업이 폐지돼 정부출연금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당연면 직된다는 내용이다. 고용 계약 유효기간도 ‘후속 사업이 존재하는 한에서는 정년까지’에서 ‘후속 사업이 존재하는 기간까지’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58~61세였던 정년 조항도 삭제됐다.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출연 연구기관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채용 공고와 운영지침에서 ‘정규직’ ‘정년 보장’ 등을 의미하는 용어를 모두 삭제했다. 애초부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생각이 없었던 셈이다.


파견 기업 못 구한 책임 개인에게 물어 ‘해임’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의 비율은 약 25%에 이른다. 이들 중 정규직 전환 대상 비율은 절반 수준을 약간 웃돈다. 공공연구노조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게 보이려고 심의 대상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파견 연구원들은 “소속 연구원에서 파견 연구원들이 해당 기업에 눌러앉기를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견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공연구노조(기업지원연구직지부)에 따르면 출연 연구기관들은 파견 연구원들의 항의에 중소기업에 연구직원이 정착하는 게 사업의 본래 취지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기업 지원 연구원들은 이 같은 기관의 주장이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출연 연구기관에 소속된 기업 지원 연구원 A씨의 말이다.

“기업 지원 연구사업의 취지는 고비용 연구인력을 스스로 확보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속을 출연 연구기관에 두고 인건비의 절반을 연구원이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문제가 걸리니까 자기모순적인 변명을 한다. 변명대로라면 출연 연구기관이 인력파견업체와 다를 게 뭐가 있나.”

파견 연구원들의 업무 성과가 저조한 것도 아니다. 2016년 기업 지원 연구사업 성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을 시행한 5년여 동안 기업 지원 연구직을 파견받은 중소기업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3%였다. 이는 중소기업 평균 매출 증가율(4%)의 3배가 넘는 우수한 실적이다. 종업원 수 증가율도 연평균 8%로, 전체 중소기업 평균인 2%의 4배에 달한다. 파견 연구원들의 기술 연구개발이 해당 중소기업의 성장에 토대가 됐다는 뚜렷한 근거다.

중소기업의 반응도 좋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양산 공정 개선과 차세대 장비개발 인력을 구하지 못하다가 파견 연구원을 지원받아 첨단 OLED 조명 양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그 덕분에 1년여 만에 매출 63%가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연구원을 파견 받았던 K사의 임원은 박사급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연구인력 파견사업은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이 사업의 장점은 기업에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형태가 인력 파견업에 해당하는데도 파견법이 정한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을 받고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경우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파견 연구원 B씨는 “근거법령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의 장기 파견을 금지하는 노동 관련 법규의 취지를 국가가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어서 파견 연구원들은 정당한 노동의 권리조차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지원 연구사업을 총괄하는 NST는 “파견 연구원의 처우나 세부 운영에 관해선 각 출연 연구기관이 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NST의 입장과 달리 출연 연구기관들의 파견 연구원 운영지침과 신분 조건은 거의 동일하다. 모집 공고나 운영지침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바꾼 것과 그 시기도 비슷해 파견 연구원들은 NST 차원에서 일괄 지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출연 연구원 소속인 파견 연구원 C씨는 “연구원의 관계자들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어 자체에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책임을 떠넘긴다”며 “제도상 허점과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의 사업이라 부처들도 책임 떠넘기기

업무 체계상 기업 지원 연구사업의 실무는 각 출연 연구기관의 소관이다. 출연 연구기관은 NST가 관장한다. 이 사업은 시행 초기 산업자원통상부가 주관해 오다가 과학기술정보 통신부로 이관됐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일부 업무에 관련돼 있다. 당초 과기정통부 소관 업무가 아니다 보니 과기정통부 내부에선 ‘떠안은 짐’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한다. 출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과기정통부가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한 것이어서 잘돼도 별로 빛이 나지 않는 사업으로 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는 비단 파견 연구원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위촉직 등 간접 고용된 연구원들도 파견 연구원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위촉 연구원은 연구과제 단위로 선발해 최고 3년까지 과제 연구를 수행한다. 과제가 끝나고 나면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3년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만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은 파견직과 위촉직의 공통점이다.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규모는 3700여 명(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 수(1만5800여 명)의 25% 가까이 된다. 4명 중 한 명꼴로 비정규직인 셈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파견 연구원을 비롯해 비정규 연구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진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모든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과기정통부도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출연 연구기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각 연구기관에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전환업무 선정과 전환 방식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출연 연구기관은 같은 해 12월 정규직전환심의위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을 정하는 데에는 지지부진했다. 연구기관들은 시간을 끌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올해 초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업무 담당자 공동 워크숍이 열린 뒤 전환 대상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 25개 연구기관 중 17개 기관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계획 수립을 마쳤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1186개 기간제 업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파견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기관들의 전환계획은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연구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전환 대상자 수를 고의로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공연구노조는 4월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환 예외 사유가 객관적이지 못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환 대상 심의를 마친 17개 연구기관의 전환 대상 업무는 2001개다. 그중 정규직 전환율은 59%에 그쳤다. 연구과제를 직접 수행하는 연수 연구원이나 파견 연구원 등 전환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직종을 포함하면 실제 전환율은 더 낮을 것으로 노조는 분석했다. 정규직 전환 실적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의심받는 이유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불합리한 사유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기관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전환계획 승인을 보류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 정규직 확대’ 기약 없는 대통령 공약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공약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 라운지에서 공항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파견 연구원들도 정규직 전환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판단할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상시 업무’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파견 연구원들은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공모 단계부터 근로조건까지 위법적인 요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파견 대기 기간 중 최고 75%까지 급여를 일방적으로 삭감한 규정의 경우 정당한 근거가 없이 처우 불이익을 주는 부당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채용 공고 당시 감봉과 직권면직 등 중요한 근로조건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출연 연구기관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정규직과 구분해 별개 직군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오해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을 하고 싶어도 정원에 여유가 없는데다 다른 비정규 직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사업 실무를 개별 연구기관이 집행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 정책사업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연구노조 소속 기업지원연구직지부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독소 조건인 임금 삭감과 직권면직 조항을 당장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취지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은 부담을 줄여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이공계 연구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이론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공계 인재들을 요긴하게 활용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다. 연구원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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