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제안 뒤 오른 현대차·모비스 주가..엘리엇, 소액주주 흔들어 욕심 채우나

박병률 기자 2018. 4. 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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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힘은 강했다. 엘리엇 제안의 수혜주로 분석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는 주가가 상승했고 현대글로비스는 하락했다. 배당 확대 등 엘리엇의 주주친화적 제안에 소액주주들이 상당 부분 동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의도가 2016년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요구 때처럼 배당 확대와 주가 부양을 통한 차익실현인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1.88% 올랐다. 현대차(우)는 4.73% 올랐고 현대모비스(0.62%), 기아차(0.16%) 역시 상승 마감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0.85% 하락했다. 전날 엘리엇은 ‘현대 가속화 제안서’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새 개편안을 제시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도 요구했다.

현대차가 앞서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에서 주요 사업을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에 몰아주는 그림이라 현대글로비스에는 호재, 현대모비스에는 악재로 평가됐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중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갖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없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현대차의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의 국내 애프터서비스 부품 및 모듈사업에 대한 적정한 가치평가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가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은 각각 1.5% 정도로 워낙 적어 단독으로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막기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등 소액주주들이 동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주주 지분은 48.3%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이후 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금액과의 차이가 4%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엘리엇의 제안이 공개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모비스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중장기 비전과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해 주주를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날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재벌일가의 편법적인 기업 지배를 정상화하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국내외 자본의 배당잔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보상해야 할 진짜 이해관계자는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오랜 세월 자신들의 노고를 다 바친 간접고용 사내 하청노동자들”이라며 “투자 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엘리엇 등 주주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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