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돼지·생굴 속 E형 간염 바이러스' 10년간 알고도 방치
[경향신문] ㆍ김현권 의원 “인체 감염 가능성 높지만 백신 상용화 등 조치 미비”
국내 돼지와 생굴 등에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검출된 사실을 정부가 오래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07~2010년 건국대 연구팀에 의뢰해 국내 돼지·생굴 등의 E형 바이러스 감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 12곳의 농장에서 565개의 돼지 분변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99개(17.5%)의 분변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조사 대상 12곳의 농장에서 모두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양돈장이 E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국내 돼지에서 검출된 E형 간염 바이러스와 사람에게서 검출된 E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적 상동성이 매우 높다면서 돼지의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남해안과 서해안의 생굴 16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14개(8.7%)의 생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굴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처음이며 생굴에 오염돼 있는 E형 간염 바이러스는 돼지에서 유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검역본부가 실시한 연구의 보고서에는 사람과 돼지의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교차 감염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검역본부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E형 간염 등이 국내의 돼지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백신개발 및 예방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E형 간염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E형 간염이 돼지 등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는 이후 수혈에 의한 E형 간염의 감염 가능성에 대한 조사와 E형 간염 백신개발을 위한 연구 등을 진행했지만, E형 간염 백신의 상용화 등 구체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E형 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해 왔다”고 덧붙였다.
E형 간염은 E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급성간염으로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 등의 육류를 덜 익혀 섭취할 경우 감염된다. 최근 유럽 등에서 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각국이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건강한 성인의 경우 대부분 회복되지만 3%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600명의 E형 간염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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