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위에 기업도시 건설? 14년 지난 현장 가보니..

정동훈 2018. 4.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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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바다를 메운 거대한 간척지에 첨단 관광레저 도시가 들어선다.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기업도시 개발사업 중 한 곳입니다.

특별법을 통해 개발업체에 막대한 특혜가 제공됐고, 지역주민들에겐 장밋빛 미래가 제시됐는데요.

지금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동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광활한 간척지에 호텔과 리조트, 그리고 테마파크까지.

지난 2004년 정부와 전라남도가 민간자본 2조 원을 유치해 동북아 최고의 관광레저 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내놓은 청사진입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그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도시는커녕 중장비가 동원돼 아직도 간척지 습지를 메우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공사 관계자] ("지금 무슨 작업하시는 거예요?") "골프장…"

공사판 한쪽에는 시커먼 색의 흙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부지 여기저기를 삽으로 파 봤습니다.

겉의 흙을 살짝만 파헤쳐도, 속에선 여지없이 검은 흙이 튀어나옵니다.

'석탄재'입니다.

[박종기/주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만든다고 해서 하고 있는데, 석탄재가 문제가 있다고 뒤집혔을 때 해남군에서 돈 주고 치워야 된다는 거예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 폐기물로 습지를 메우고 있었던 겁니다.

별도의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챙기면서 부지를 조성해 사업자로선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부지조성에 들어간 석탄재는 무려 190만 톤.

규정을 어긴 채 석탄재를 채워넣어 배수도 안 될뿐더러, 땅꺼짐 현상마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진규남/LH토지주택연구원 지반공학 박사] "상부토사하고 하부토사(석탄재)를 분리시켜줘야 합니다. 섞이는 걸 차단시켜주는 저면 매트를 설치해야 됩니다. 그게 지금 빠져있어요."

업체 측은 석탄재 사용은 합법이고, 환경 피해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박상현/시공업체 현장소장] "환경오염 시험을 했었는데 전혀 하자가 없는 걸로 전부 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 때문에 인근 새만금 간척지에선 사용을 보류한 상황.

[정승/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환경영향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지금 전반적으로 연구용역을 실시 중에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재사용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지금은 안 쓰고 (있습니다.)"

[정인화/의원] "안전성이 확실하게 검증된 후에 써야 될 것으로…"

간척지 곳곳은 여전히 웅덩이와 습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제방공사가 끝났다며 매립지 준공승인을 내줬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좀 빨리 진행되기를 원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상태 그대로 매립준공을 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자금압박을 받는 사업자가 은행 대출을 받도록, 정식 매립지라 할 수 없는 곳을 토지로 인정해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간사업자] "사업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유수면에 돈 빌려줄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사업을 하게끔 만들어준 거죠."

[김병희/주민] "갯벌이라는 것은 물만 닿으면 침식이 됩니다. 제방이 온전할 것 같습니까?"

사업을 승인한 당국은 현장 감독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 "기업도시법이 민간이 하는 사업이거든요. 승인권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공사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거든요."

기업도시개발특별법 때문입니다.

사업자에게 무려 87가지에 달하는 인허가 편의를 보장한 특별법에 책임을 돌리며 개발을 알아서 하도록 놔둔 셈입니다.

[권양숙/주민대책위원장] "둑 터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석탄재로 매립하고 있어요. 여기에 사람이 살 수 있습니까?"

정부가 승인해 준 기업도시는 6곳.

2곳은 사업을 포기했고, 1곳 빼고는 모두 사업기간이 5,6년씩 늘어나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최승섭/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민간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공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익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부분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낙후지역 개발이라는 법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합당한 지원과 함께 제대로 된 감시가 절실합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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