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먹튀 막을 '장기 투자 확약' 여부에 신규지원 달렸다

입력 2018. 4. 24. 21:16 수정 2018. 4. 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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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막기 줄다리기
정부·산은, '최소 10년 경영' 못박기
지엠, 27일까지 5천억 선지원 요구

'자산 처분 비토권' 협상
철수 막으려면 소멸된 비토권 필수
지엠의 지분매각 제한도 다시 추진

산은의 기존 지분율 유지 여부
누적부실 털어낸 뒤 차등감자하고
'재무적 기법 통해 지분 유지' 협상중

[한겨레]

한국지엠(GM)이 노사 교섭 타결로 회생의 첫발을 디뎠지만 갈 길이 순탄치 않다.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산업은행에 투자 확약을 요구한 이번주까지 자금지원 방식과 투자 계획 등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사 합의를 앞세워 정부 지원을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지엠과 ‘먹튀’를 막을 견제장치 없이는 지원이 어렵다는 정부 간 ‘수싸움’이 맞물려 한국지엠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엠이 산은에 자금지원을 요구한 시한은 오는 27일이다.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주주인 지엠이 27억달러의 출자전환과 28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할 테니 2대 주주인 산은도 현행 지분율(17%)만큼 금융지원을 해달라는 게 지엠의 요구다. 산은 지원 규모는 지분율대로 계산하면 5천억원 수준이다.

관건은 지엠의 장기경영 의지다. 정부와 산은은 지엠이 한국지엠을 지속해서 운영할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른바 ‘뉴 머니’(신규 자금) 투입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엠으로부터 10년 이상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장기경영 확약을 받아낼 계획이다. ‘먹튀’를 막을 견제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구조조정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 관계자는 24일 “지엠 쪽 투자계획서를 고려하건대 신차 2종에 대해 5년간 시설투자를 하고 2022년 이후 양산에 들어가는 체제로 10년 경영을 상정하고 있다”며 “이 계획서가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10년간 장기경영에 대한 확약 조건, 철수 방지 장치를 넣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게 우리 쪽 생각이고, 일정 수준 의견 접근을 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노사 합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엠이 어떤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느냐다”라며 “지엠이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장기 방안을 내는지 등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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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적어도 10년간 사업유지’ 조건을 어떤 방식으로 확약하느냐를 두고 ‘문서’를 요구하는 우리 쪽과 향후 사업 상황에 따른 변동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지엠 쪽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엠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철수 발표 뒤 실제 철수하는 데 4년이 걸린 점을 고려할 때 장기경영 의지가 있다면 ‘10년’이란 기한이 절대 길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와 산은은 ‘자산처분 주총 비토권’(거부권)과 지엠의 지분매각 제한을 되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산은과 지엠이 ‘주주 간 협약서’를 새로 체결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이 자금지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 철수 방지 장치”라며 “적어도 향후 10년간 자산처분 비토권과 지분매각 제한 정도는 전제돼야 자금지원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2002년 지엠과 맺은 주주 간 계약을 기반으로 15년간 지엠의 지분처분 제한과 아울러 자산처분 비토권을 확보했으나, 이 권한들은 지난해 10월 소멸했다. 이후 지엠은 석달 만에 군산공장 철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밖에 지엠이 출자전환 등으로 한국지엠의 누적부실을 털어낸 뒤 차등감자 등으로 산은의 기존 지분율(17%) 수준을 유지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선 양쪽은 여전히 견해차가 있으나, 여러 재무적 기법을 이용해 일정 수준 지분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산은은 지엠과 주주 간 계약으로 공장 담보 설정 등 회사 정관상 주총특별결의 사항에 대해 주총에서 8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도록 제한을 걸어놨다. 이런 소수주주권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지분율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지엠에 대한 산은의 최종 실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초 나온다. 실사 중간 단계에선 여러 투자계획 등을 전제로 한 회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산은 실사가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되면 한국지엠 경영 부실의 원인과 책임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인천 부평, 경남 창원 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문제도 남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제출된 신청 서류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투자 내용을 보완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엠의 ‘수읽기’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번엔 산은과 정부를 상대로 ‘법정관리 신청’ 카드를 꺼내 들어 역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대선 정세라 김경락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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