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가 듣고 70살까지 기억하는 음악 남기고파"

2018. 4. 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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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데뷔 50돌 기념 전국투어 앞둔 ‘가왕’ 조용필

조용필씨가 23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기획사이자 연습실이 있는 YP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백지에 연필로 메모를 해가며 ‘데뷔 50돌’ 소감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YPC프로덕션 제공

‘가왕’ 앞에 백지 뭉치가 놓여 있었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와이피시(YP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조용필(68·사진)은 인터뷰 내내 토론이라도 하는 양 연필로 메모해가며 답을 했다. 뭘 하든 완벽을 기하고자 하는 성품 그대로다.

지난 1일과 3일 두차례 열린 평양 공연 때도 그랬다. 올 초보다 몸무게가 5㎏이나 빠졌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는데도 최선을 다했다. “2005년 처음 평양 공연을 했을 때 감동을 잊을 수 없었”기에 이번 공연도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13년에 걸쳐 두차례나 음악으로 남북을 이었던 그이기에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각별하다.

“북쪽에서 큰 보따리를 내놓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개인적 바람이라면 북한의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두차례 평양 공연 ‘잊지 못할 감동’
‘4·27 남북정상회담’ 관심도 ‘각별’
“핵폐기·평화…북쪽 큰 보따리 기대”

새달 12일 잠실서 ‘땡스 투 유’ 시작
20집 음반 ‘젊은 세대’ 맞춰 내년에
“노래 못 불러도 음악은 죽을 때까지”

올해로 데뷔 50돌을 맞은 그의 지난 반세기는 오롯이 음악 외길이었다. “가볍게 취미로 시작한 음악이었는데, 그 중독성 때문에 평생을 하게 됐어요. 이제 음악이 내 삶의 전부가 됐죠. 지금도 음악을 배우고 있어요. 유튜브로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자극과 에너지를 받는 게 즐겁거든요. 만약 숙제나 의무감 때문에 그랬다면 지금까지 음악을 못 했을 겁니다.”

지난 5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2003년입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서 무척 슬프고 힘들었거든요. 그해 처음으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했어요. 공연날 비가 쏟아졌는데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돌이켜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음악이라는 큰 기둥으로 버틴 셈이죠.”

그는 또 하나의 커다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5월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국을 도는 50돌 기념 투어 ‘땡스 투 유’ 공연이다. “25일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주말에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불러볼 계획입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두려움이 앞섭니다. 지난해보다 체력이 떨어진 걸 느끼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해보면 또 괜찮은 거예요. 공연 때 부를 노래 스물 몇 곡을 주말에 주욱 불러보면 알겠죠.”

공연 준비에 집중하느라 작업을 미뤄둔 20집 음반은 내년에나 나올 듯하다. 완벽주의자답게 곡 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19집보다는 나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9집에서 ‘바운스’와 ‘헬로’는 좋았지만, 나머지 곡들은 아쉬웠거든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어릴 때 들은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를 평생 좋아하는 것처럼 제 노래도 10살짜리 아이가 듣고 70살까지 60년 동안 기억했으면 합니다. 20집의 방향도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룰 걸 다 이루고 ‘살아있는 전설’이 된 그에게도 남은 꿈이 있을까? “데뷔 50주년이라 해도 꿈은 있죠. 92살 노인에게도 꿈은 있는 법이니까요. 꿈이 없으면 인생이 끝나는 겁니다. 만약 노래 생명이 다하면, 음악 프로듀서로서 작곡·편곡을 하고 뮤지컬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말하자면 노래하는 것만 빼고 계속 음악을 하는 거죠. 저는 죽을 때까지 음악을 벗어날 수 없어요.”

<한국방송>(KBS)은 최근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조용필 편’을 녹화했다. 지난 21일 1부를 방송한 데 이어 28일과 5월5일 2·3부를 내보낸다. 내로라하는 후배 가수들이 총출동해 조용필의 히트곡을 불렀다. “평상시 다른 가수들 만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 후배들을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후배들의 노래는 물론 사운드와 편곡도 좋더라고요. 인터넷 댓글에 ‘텔레비전을 없앴다가 이번에 <불후의 명곡> ‘조용필 편’을 보려고 다시 샀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는 녹화 당일 후배 가수들의 대기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먼저 인사했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나이 많다고 후배들이 찾아와서 인사하는 게 싫어서 내가 먼저 찾아다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녹화를 마친 뒤 바로 집에 가겠다던 애초 일정을 바꿔 후배들과의 뒤풀이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날 뒤풀이 자리 분위기는 그의 이 말로 짐작해볼 수 있다.

“50주년의 의미요? 개인적으론 큰 의미 없어요. 다만 후배 가수들에게 ‘나도 50년은 해야지’ 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주지 않을까요? ‘나도 50~60년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을 갖고 하면 됩니다. 단, 열심히 해야 해요. 그래야 좋은 음악을 만나고, 히트를 하고, 오래 음악 할 수 있거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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