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폭등에 내부정보 유출.."가상화폐도 감시해달라" 목소리 커져

안재만 기자 2018. 4. 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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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없고 민감한 코인 하나 찾았습니다. 같이 펌핑(가격 급등)시킬 코인러(가상화폐 투자자) 찾습니다.”

조선DB

“XXX코인 대형 호재 있습니다. 마통(마이너스통장) 다 땡겨서 계좌 충전해 놓으세요. 텔레그램 아이디 추가해 주시면 말씀해 드릴게요.”

“요즘 국내 거래소만 하는 사람은 바보죠. 코인 상장 정보 제공해줄 정보원 확실히 있습니다. 영어 못하시면 해외 거래소 주문 대행도 해드릴게요. 원하시는 분 가입금 내고 텔레그램 계정 XXX 추가해 주세요.”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하지도, 그렇다고 막지도 않으면서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을 감독하는 당국이 없다보니 주식시장이라면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 시세 조종이나 내부자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규제’를 싫어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 마저도 “거래소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팀을 만들어 시세조종 등에 대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미스릴 1만1100% 폭등 후 5분 만에 제자리…시세조종 의심거래 잇따라

24일 가상화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한 미스릴 가격이 250원에서 30분 만에 무려 1만1100% 오른 2만8000원까지 급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만원대까지 오른 미스릴은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해 5분 후 98%가량 떨어져 700원대로 내려왔다. 상장하자마자 20만원을 투자했으면 30분만에 2000만원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고점을 잡은 투자자는 한순간에 원금의 98%를 날렸다. 이날 오후 6~7시 거래량은 2720만코인이다. 평균 거래가격이 5000원이라고 가정할 때 거래대금은 1360억원이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련자는 미스릴 이상 급등에 대해 “거래량이 적어 변동성이 높았고, 가격 급등을 야기하는 찌라시가 투자자들 사이에 돌았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2일 미스릴 가격 흐름 /빗썸 캡처

미스릴이 빗썸에 상장되기 직전에 상장 정보가 일부 투자자에게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관련자에 따르면 상장 발표 당일 오후 2시쯤 1만명이 유료 구독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중심으로 “미스릴이 빗썸에 상장한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이 때문에 홍콩 오케이엑스거래소에 한국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두 시간여 만에 미스릴 가격은 30%가량 올랐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면 가격이 대체로 오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정보를 목말라한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이상급등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스릴 사태 다음날인 13일에는 가상화폐 골렘이 일시적으로 500% 급등했다. 업비트 BTC마켓(비트코인으로만 매수, 매도되는 시장)에 있던 골렘이 원화마켓에 상장된다는 공지가 나오면서 급등한 것이다. 원화마켓에 상장되면 매도 시 비트코인이 아닌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어 호재로 인식된다.

지난 19일에는 빗썸이 가상화폐 모나코를 상장한다고 밝히면서 업비트 또한 모나코를 BTC마켓에서 원화마켓으로 이전 상장했다. 두 가지 호재의 영향으로 시세가 1만원에 못미쳤던 모나코는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8만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그날 오후엔 1만원대로 다시 추락했다. 한 투자자는 “모나코 투자자들이 빗썸으로 이동할까봐 업비트 측이 원화마켓 이전상장 공지를 낸 것”이라며 “거래소 간 경쟁으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미스릴과 골렘 사태는 거래 급감에 신음하던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자들이 다시 몰리는 계기가 됐다. 4월 첫 주만 해도 일평균 거래량이 1조원(국내 거래소 총합) 수준까지 줄었으나 15~21일은 2조3000억원을 넘었다.

거래 급증의 원인은 단타 거래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 투자자는 “예전에는 유망 코인을 사놓고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정부 발표 등의 영향으로 급락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변에도 다들 단타를 치는 분위기”라고 했다.

◇ “가상화폐 거래소 조사해 달라”…잇따른 불공정거래 행위에 투자자들 분노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가상화폐 관련 청원들 /청와대 사이트 캡처

시세조종과 내부 정보 이용 등 불법이 판치면서 규제라면 질색을 했던 투자자들 마저 “규제를 마련해 달라”고 국민청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달 13일 이후로는 관련 청원이 10건이나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주식시장이었다면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나 금융감독원이 나서지 않았겠느냐”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가상화폐시장이 완전히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측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내부 정보 유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컴플라이언스팀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아직 속 시원히 문제를 해결한 적은 없다. 시세조종의 경우도 거래 내역을 제외하고는 거래소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보니 속수무책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조정희 변호사는 “정부가 적절한 입법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면서 “적절한 규제와 함께 거래소의 자율규제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규제 신중론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또다시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놔두되 실제로 큰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처럼 아주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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