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순환출자 사실상 소멸..'김상조 효과' 무섭네

서병곤 기자 2018. 4.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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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데일리안 서병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연합뉴스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수 1년 사이 282개→41개로 확 줄어
"재벌그룹 구조적 변화 시작"..김상조式 재벌개혁 성과로 나타나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전체를 지배하는 폐단을 낳아온 대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순환출자 고리가 최근 1년 사이에 거의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거래위원장이 작년 6월 취임이후 갑질근절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재벌개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 지정 당시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이 보유한 9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 20일 현재 10개로 줄어들었다.

해당 기간 동안 롯데가 67개, 농협이 2개, 현대백화점이 3개, 대림이 1개 고리를 해소해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버렸으며 영풍도 6개 고리를 없앴다.

삼성(3개)과 현대중공업(1개)도 합병, 분할 등의 사유로 신규 형성·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공정거래법상 유예기간 내에 해소했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공시대상기업집단도 작년 9월 1일 지정 당시 26개 집단이 보유한 189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 20일 현재 31개로 축소됐다. SM이 158개의 고리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57개 대기집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282개에서 41개로 확 쪼그라든 것이다.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변동 내역.ⓒ공정위

순환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출자로 연결된 계열회사가 모두 계열출자회사 및 계열출자대상회사가 되는 계열출자 관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대기업집단 내 A계열사가 B계열사에, B계열사가 C계열사에, C계열사가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출자 방식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전체를 지배하는 폐단을 불러왔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투명성도 훼손하는 출자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과 계열사 동반 부실 등을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현저하게 감소한 것에 대해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해당 집단들이 그간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이제 순환출자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서 차지하던 역할과 비중도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최근 1년 사이에 순환출자 고리가 거의 소멸되는 것은 '김상조 효과'가 톡톡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6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한 당시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갑질근절'과 함께 재벌그룹의 경쟁력 집중 억제 및 편법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재벌개혁을 핵심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그 신호탄으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며칠 뒤 4대 그룹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기업인들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으며 같은해 11월 5대 그룹 CEO와의 간담회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선도적인 노력은 인정하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며 다시 한번 셀프 개혁을 촉구했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까지를 재벌그룹의 자발적 개혁안 마련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10개 집단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총수일가 내부거래 개선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른 기업집단들도 순환출자 해소 외에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의 개편까지도 고려한 기업구조 개편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2일 현대모비스가 기업집단의 지배회사가 되는 체제를 구축하면서, 향후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총수일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전부 해소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오는 5월 10일 국내 10대 그룹의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번 간담회는 김 위원장과 재벌그룹이 지난해 6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는 자리다.

김 위원장은 세번째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진행 상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속가능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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