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골프매거진] 아버지도, 아들도 인생 최고의 샷은 '父子有親'

조회수 2018. 4.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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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강선(69)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통산 8승을 올렸다. 아들 이현(36)은 9년간 KPGA투어 프로 생활을 하다가 티칭 프로가 됐다. '부자(父子) 골퍼'는 요즘도 골프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부자(父子) 골퍼’ 아버지 이강선(69)과  아들 이현(36)는 요즘도 골프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진 신중혁]

아들 이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조건 운동을 하겠다”며 우겼다. 아버지 이강선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강선은 1990년 KPGA투어 사상 최초로 상금 1억원 돌파, 44세의 나이에 프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프로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들은 운동과 멀리 떼어놓으려 했다. 아버지는 “프로 골퍼는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너무 적다. 특히나 주말이 아예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아들은 고집을 부렸다.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취미 삼아 배웠던 골프에 빠졌고, 코치도 없이 혼자 동네 연습장에서 죽어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서울시장배 중고대회에 출전해 88타를 친 성적표를 가져왔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는 아들을 골프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켰다. 아들은 “그냥 훈련하고 필드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운동하는 게 그렇게 좋았다”고 했다.

이현은 2003년부터 KPGA투어 생활을 시작했지만, 투어프로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나는 내 이름보다도 ‘이강선 아들’로 불렸다. 아버지의 존재가 무거웠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힘들진 않았다. 다만 골프라는 운동이 모든 걸 혼자서 외롭게 견뎌야 한다는 것, 정신적으로 독하게 버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이현은 2008년 드라이버 입스로 슬럼프에 빠진 뒤 ‘쉬어 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티칭프로 생활을 더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골프아카데미인 바른골프 원장이자 JTBC골프의 <라이브 레슨 70>에 출연 중이다. 아버지 이강선은 2002년 휘닉스파크 컨트리클럽 지배인을 맡으며 프로 골퍼 출신 1호 경영인 자리에도 올랐다. 2011년 시니어투어에서 우승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고, 현재 KPGA 부회장이다.

성격도, 스타일도 ‘반대’

이강선-이현 부자는 골프를 하는 스타일도, 성격도 반대다. 이현 원장은 “난 모험을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고,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하게 치신다”며 웃었다. 선 굵은 외모의 아버지와 선이 고운 곱상한 얼굴의 아들은 외양부터 느낌이 다르다. 이강선 부회장은 “나는 골프를 할 때 티오프 딱 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미리 가서 연습을 많이 하면 잡념만 많아진다. 그런데 현이는 2시간 이상 전에 도착해야 마음을 놓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한 아들 자랑을 덧붙인 게 인상적이었다. 이강선 부회장에게 ‘아들의 장점을 꼽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뭐… 아무래도… 내 생각은 아닌데, 남들이 다들 그러던데… 잘생겼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부자의 확실한 골프 공통점도 한 가지 있다. 바로 ‘장타’다. 이강선 부회장은 168cm의 단신인데도 장타자로 유명했다. 이현 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선수 생활을 했을 때 장타 하면 손에 꼽는 또래의 이름들이 있었는데, 이동하, 정두식 같은 선수들. 그리고 거기에 나도 꼭 들어갔다. 물론 나는 OB가 나서 문제였지만…”이라며 웃었다. ‘장타 DNA가 따로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현 원장은 교습가다운 귀에 쏙 들어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장타를 치려면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 순간적인 근력이나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가족 라운드.

잊을 수 없는 행복 부자가 모두 프로 골퍼 출신이다 보니 이들의 라운드 경험은 좀 남다르다. 둘의 라운드는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모두 이현 원장이 고교 시절 골프를 한창 배울 때 훈련 삼아 아버지와 함께 했던 것이었다.

이현 원장이 고등학교 때, 한창 투어 생활을 하던 아버지의 캐디 백을 경험 삼아 직접 멘 기간도 꽤 된다. 이현 원장은 “원래 우리나라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가 거의 없지 않나.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 캐디를 하면서 함께 전국을 누볐고,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때의 기억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한 라운드의 기억은 딱 한 번이다.

이현 원장은 “가족 라운드가 내게는 너무나 행복한 기억이다. 지금 아카데미의 고객들에게도 ‘자녀들에게 골프를 가르치시라. 부모와 자식이 같이 할 수 있는 운동 중에 골프가 최고다’라고 강조한다”며 “사실 아버지나 나처럼 골프가 일인 사람들에게는 라운드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데, 가족과 함께 하니까 100타를 쳐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잔디에서 걸을 수 있고… 너무 좋더라”고 회상했다.

이강선-이현 부자는 5월 말 열리는 ‘젝시오 파더&선 이벤트’(www.xxio.co.kr/event/familyIntro.do)에 참가해 특별한 추억을 한 번 더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현 원장은 “미국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참가하는 이벤트 골프대회를 여러 번 봤는데, 우리나라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올해 대회에는 함께 나가보자고 아버지를 설득했다”며 “누가 물어보면 겉으로는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말하겠지만, 아버지나 나나 승부욕이 있으니 속으로는 제대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우승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이은경 기자 eunkyonglee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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