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NS는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 '갑질'을 알고 있다

권오석 2018. 4. 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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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한진일가 등 사회 부조리 폭로에 SNS가 '한몫'
익명 비리제보방서 밀수 의혹 등 각종 비리 폭로 줄이어
전문가들 "SNS 제보 긍정적이나 근본적 개선도 뒤따라야"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 카카오톡방. (사진=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
[이데일리 권오석 조해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비리 의혹 폭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컵에서 시작한 갑질 논란이 쓰나미가 돼 조 회장 일가 전체를 휩쓰는 모양새다.

비리 폭로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 몫을 하고 있다. 한진그룹 직원이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오픈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 참여 인원은 정원인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도 익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게시판에 올라온 폭로 글이 발단이 돼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 한진일가 비리제보방 참여인원 1000명 육박

이들은 제보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내용 외에도 조양호 회장 일가가 휴가비용을 비롯해 가정부 월급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채팅방 관리자는 총수 일가의 폭언 육성 등을 담은 녹취 파일·부당한 업무지시·직원 보직 박탈 등 각종 갑질에 대한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관리자는 공개하기 민감한 제보는 자신의 개인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제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갑질 불법비리 방에서 폭로한 비리 중 일부는 수사로 이어져 조 회장 일가를 궁지로 몰기도 했다. 조회장 일가가 해외 지점 등을 통해 세관을 통하지 않고 고가 명품을 비롯해 가구와 의류, 식품 등을 직원들을 동원해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지난 21일 조 회장 일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국내에 반입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23일에는 조 회장 일가가 관세 포탈을 위해 상습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서울 중구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세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문서 등 총수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포탈 혐의의 법정형은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조 전 전무가 혐의를 받고 있는 폭행죄 법정형인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비해 훨씬 중하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폭언에 대한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제보방에는 이 이사장이 그룹 계열사 직원을 비롯한 운전기사·가정부 등에 갑질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이 이사장의 혐의점을 검토할 방침이다.

제보방에는 △조 회장 일가가 휴가 비용 및 가정부 월급을 회사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의혹 △직원들의 잦은 초과근무에도 제대로 된 수당을 준 적이 없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조씨의 폭행 혐의 외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방에 올라온 제보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 미투도 오너 갑질도 SNS로 폭로

SNS는 이전에도 ‘미투(metoo·나도 말한다)’, 대학 내 갑질문화 등 위계에 의한 부당 행위를 고발하는 주요 창구로 이용돼왔다. 특히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은 대학가 미투 운동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남자교수 전원이 성추문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의 경우, 학내 대나무숲에 성추문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용기를 낸 제보자들이 동참했다.

응원단 내 가혹행위 논란을 빚었던 홍익대에서도 가혹행위를 참다 못한 신입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고발하자 학교 측이 전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내사에 나선 경찰이 최근 전 응원단장 등 관계자 13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SNS 제보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세종대에서도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교수가 수업 시간 중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는 글이 세종대 대나무숲에 올라왔다. 학교 측은 진상 조사를 통해 김 교수에 대한 징계위를 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SNS를 이용한 제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관계기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권력과 위계에서 벗어나 익명성에 기대 자유롭게 폭로할 수 있는 SNS야말로 제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라면서도 “다만 이런 폭로가 무위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 등이 나서서 조직의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3세 갑질 비행 처벌하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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