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저가항공 비행기는 안 태워준다네요"

2018. 4. 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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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 장애인이 된 김용선(가명·76)씨는 지난 22일 휠체어를 탄 뒤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김씨의 여행을 준비했던 장애인전문여행사 '두리함께' 이보교 이사는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저가항공을 예약하려다 또 이런 일이 불거졌다"며 "저가항공사들이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거나 마땅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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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아내와 제주 가려던 70대
"도울 인력 없다" 항공사 거부로 포기
뇌성마비 40대, 기어서 탑승 '항의'도
인권위, 리프트 설치 등 권고했지만
민간기업 이행의무 없어 개선 험난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십여년 전 장애인이 된 김용선(가명·76)씨는 지난 22일 휠체어를 탄 뒤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그는 곧 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오전 10시55분 군산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김씨는 “‘저가항공이라 장애인의 비행기 탑승을 도울 인력이 없다’는 통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출발하려 했던 군산공항은 구조상 공항 청사와 비행기를 잇는 탑승교 설치가 불가능해 탑승구까지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고령인 아내(68)의 등에 업혀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것 말고는 비행기를 탈 방법이 없었고, 김씨는 결국 마음을 접었다.

김씨의 여행을 준비했던 장애인전문여행사 ‘두리함께’ 이보교 이사는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저가항공을 예약하려다 또 이런 일이 불거졌다”며 “저가항공사들이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하거나 마땅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항공기를 이용하며 겪는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비행기 앞에서 가로막히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7월 진에어 항공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갔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휘경(46)씨도 비행기 탑승에 관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김씨는 당시 항공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탑승구까지 계단을 기어서 올랐다. 김씨는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쳐다만 보는 승무원들의 시선을 견디고 기어서 비행기에 올랐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김씨와 같은 장애인을 돕지 않는 이유는 결국 비용 때문이다. 김씨 등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한 별도 인력을 채용할 여유가 없고, 공항 쪽이 준비한 고가의 휠체어리프트 장비를 빌리는 데도 재정적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오래되지 않은 저가항공사는 장애인 승객을 위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인권위는 2016년 “휠체어 장애인도 무리 없이 비행기를 타고 내리도록 탑승교를 배치하거나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인적 서비스도 제공하라”고 한국공항공사 등에 권고했지만,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한국공항공사는 장비를 외국에서 사와야 해 국내에 장비를 들이기까지 시간이 1년 이상 걸리고, 사기업인 항공사들은 인권위 권고를 이행해야 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권위 장애정책팀 정호균 팀장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비행기 탑승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진정은 최근 10년 동안 매해 10여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대부분 저가항공사에서 비용 등을 이유로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쪽은 “휠체어리프트는 아직 테스트 중이고 항공사 규정상 장애인의 동행인이 돕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진에어 쪽은 “장애인 승객이 탑승교나 리프트를 신청해도 배정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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