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국엔 드론·로봇 택배.. 한국은 '똥짐'에 운다

전수용 기자 2018. 4. 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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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택배 갈등'] [下] 덩치 커져도 구멍가게 운영

1992년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택배산업은 25년 사이 물량 기준으로 230배로 커졌다. 최근에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택배차량 10대 중 3대 정도가 자가용으로 불법 영업하는 실정이다. 택배산업 지원을 위한 법률은 고사하고, 택배와 무관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규제를 받는 탓에 증차가 이뤄지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대형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국민 생활 밀착형 산업이자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 어느 법에도 '택배'라는 단어조차 없다"고 말했다. 택배산업이 급성장하지만 택배 효율성 저하, 물류비 상승, 이동시간 증가에 따른 택배 기사의 근로 환경 악화 등 우리나라 택배산업이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덩치는 커졌지만, 규제에 묶인 택배산업

택배업계 매출은 2001년 6000억원에서 작년 5조21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16년 말 영업용 택배차량은 2만8560대. 늘어나는 택배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정 수요(3만9951대)보다 1만1391대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택배차량 10대 중 3대는 자가용 트럭을 영업용으로 불법 운행하는 실정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 화물차를 유상으로 화물 운송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 영업으로 단속되는 건수도 2015년 407건에서 작년 76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04년부터 대형 화물차 차주 요구로 트럭 신규 면허를 내주지 않았는데 대형 화물차와 달리 1.5t짜리 소형 화물차가 필요한 택배도 함께 규제를 받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들어 기존에 택배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택배 차주에 한해 자가용을 영업용으로 전환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차량 부족난이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열악한 택배 근로자들

택배 기사는 아침 7~8시 출근해 3~6시간 동안 맡은 지역으로 갈 택배 물건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 차량에 싣는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배달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택배 기사는 하루 277박스(작년 3분기 기준)를 취급한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인 택배 기사들은 대리점이나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박스당 700~800원 수준이다. 하루 평균 12시간을 근무해 월 351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런저런 비용을 빼고 나면 한 달 순수입은 250만원 안팎이다. 택배 물량이 늘고 품목도 다양해지다 보니 생수처럼 중량이 30㎏이 넘거나 부피가 큰 택배 물량은 늘어나지만, 수수료는 그대로여서 택배 기사 근로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최근 '다산신도시'가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 금지로 논란이 됐지만,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가나 주택 밀집지, 차 없는 거리 등에서도 택배 기사들은 인근 이면도로나 도로가에 불법 정차를 하고 물건을 나를 수밖에 없다. 한 택배 기사는 "불법 주정차 딱지라도 끊기면 하루 일당이 고스란히 날아간다"며 "택배차량에 한해 일정 시간 주정차를 허용하거나, 별도의 주차장 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배회사가 받는 평균 수수료도 2011년 이후 매년 하락세다. 작년 택배 1개 평균 요금은 2248원으로 전년보다 3% 하락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외국엔 드론·로봇 택배 날아다니는데…

국내 택배산업이 규제에 발 묶여 있지만 외국에선 로봇이나 드론을 활용한 택배,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택배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은 고객의 접근이 편리한 편의점, 소규모 상점, 지하철 등에 택배 보관함을 설치해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아마존라커'를 통해 수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차량 트렁크에 넣어주거나 택배 기사가 비어 있는 고객의 집 안까지 들어가 물건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지선 박사는 "급증하는 택배 서비스 수요에도 택배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규정이 부족하다"며 "택배 서비스에 대한 별도 업종화를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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