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사과에도 쏟아지는 '갑질 폭로'..단톡방엔 직원 1000명
"회사 비판글에 댓글 조작 지시" 폭로
직원들 촛불집회 등 단체행동 계획
한진그룹, 목영준 준법위원장 선임
23일 대한항공 직원들의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 단체 채팅방에 한 여성이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를 밀치고 서류를 집어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와 당시 공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14년 5월 인천 하얏트호텔 조경공사 현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상에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한 여성이 직원들에게 손가락질하고 등을 세게 밀치는가 하면 바닥에 있는 공사 자재를 발로 걷어차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에 비판적인 글들에 대한 ‘댓글 조작’이 있었다는 제보도 나왔다. 대한항공 직원 최모씨는 “지난 2015년 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사내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비판적인 글에 글쓴이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최씨는 “회의 이후 중간관리자에게 구두나 e메일 등으로 ‘댓글 조작’이 지시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가 회사 명의와 비용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리스해 다른 임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 전무는 지난 1월부터 리스 차량으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모델S’(국내 판매가 1억1000만원대)를 이용 중이다. 그 전까지는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마세라티의 ‘기블리’(기본형 1억1000만원대)를 이용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무급 임원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제네시스 G80(4000만∼7000만원대)이 제공된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는 대한항공에서는 전무지만 그룹사 차원에서는 다른 기업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어 대표이사 기준인 배기량 4L 이하에서 차량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무의 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이사장이 운전기사와 가정부 등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에게 욕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녹음파일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관세청도 이날 조 전무의 업무공간인 서울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과 방화동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사내 준법위원회 위원장에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조 회장이 지난 22일 사과문을 통해 내부 감시 기능 강화 차원에서 준법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 따라서다. 준법위원회는 그룹의 각종 위법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한진그룹은 준법위원회의 구성 인원과 범위, 활동 등 추가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오원석·강나현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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