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응급의료체계, 현장 대처방안 강화해야 한다
[경향신문] “국가 응급의료체계 대책으로 마련된 권역외상센터 체계는 현장에서의 대처방안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상체계는 응급의료체계와 구분된 별개의 체계가 아니다. 응급의료 체계의 틀 안에서 적정한 외상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지난 19~2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간 중 ‘세미나 정책토론회’를 개최, 중증외상 응급의료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제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중증외상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현장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구급대원이나 구조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고, 환자를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원천부터 막히게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현장에서 환자의 정보수집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장의 중증도를 구급대원이 쉽고 빠르고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대책이 완비돼야 중증도에 맞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가능하고, 전담 전문의와 의료진이 충분히 준비하고 대기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권역응급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구급대원의 이송환자 중 ‘잠재응급’으로 분류된 비응급환자가 병원 내 도착 후 응급으로 분류된 위험한 상황은 약 50%에 달한다. 김 교수는 “현장 처치와 의료 지도, 소방과의 연결과 병원 선정 등 응급의학의 역할이 외상대책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는 ‘중증외상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응급의료체계의 큰 틀 안에서의 외상치료체계 수립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외상응급의료체계 중심의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증외상뿐 아니라 전체 외상환자의 치료 적정성 확보가 필요하며,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에 앞서 외상 관련 보건의료 수준을 얼마까지 향상시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등에 따르면 많은 중증외상 환자에서 초기 급성기 치료 후 외상과 관련된 내과적 치료와 재활치료 등이 요구되고, 이에 따른 장기간 입원치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급성기 치료부터 재활치료, 사회복귀 전 과정을 권역외상센터 한 곳에서 감당토록 하는 것은 권역외상센터의 과밀화를 일으키고 중증외상센터 본연의 기능인 급성기 집중치료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중증외상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외상의 예방부터 급성기 치료→외상중환자 치료→재활치료→사회복귀로 이어지는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교수는 또한 “중증외상 사망률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 전체 외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품질관리(사고의 예방, 사망률 저하, 장애율 저하, 이른 사회 복귀를 통한 사회 경제적 부담 저하 등)와 권역내 응급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한 외상치료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가천대 길병원 이정남 권역외상센터장(외과)은 “병원 전 단계, 즉 환자 발생 현장에서의 처치·분류·이송 등 표준지침 마련에서부터 병원 내에서의 처치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관련 학회들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인력지원 등의 대책도 ‘전담 전문의’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병동 간호사, 응급 구조사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는 17개 기관이 선정되었으나 현재 10개만 개소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2022년까지의 중증외상센터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소방청 119구급과 강대훈 과장은 “현장에서 병원으로 응급 및 중증 외상환자를 이송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병원과 병원간의 환자 이송에도 119가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의학회 홍은석 이사장(울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외상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119와의 긴밀한 협력이 더 확대돼야 한다”면서 “현재 응급의학회와 소방청이 각각 작성하는 환자 기록을 공유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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