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어려운 첫발 .. 고질적 고비용·저효율 극복 과제

예진수 2018. 4. 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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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서 차입금형태 9000억 확보
브랜드 가치·판매 회복도 시급
출자전환·차등감자 등 진통 예고
한국GM 노사가 23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등 자구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당장 법정관리를 피했고, 경영정상화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인천 부평공장 홍보관에서 (왼쪽부터)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이 잠정 합의 결과를 설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법정관리 피한 한국GM

한국지엠(GM) 노사가 23일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함에 따라 경영정상화가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GM이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80일간 노사 간 대립, 협력업체 부도 위기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온 한국GM 사태는 큰 고비를 넘겼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피하고 경영정상화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하지만 정부·산업은행·GM 간 협상에서 커다란 난관과 진통이 예상돼 앞으로도 한국GM 사태가 '첩첩산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6.13 지방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한국GM 철수 시 16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을 방치하겠냐는 점을 파고들어 정부를 상대로 무리한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실상의 엄포를 놓은 미 GM 행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22일부터 밤새 진행된 물밑협상을 통해 상당 부분 의견 차이를 좁힌 뒤, 23일 오전 5시부터 교섭을 벌인 끝에 오후 4시쯤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측은 이날 교섭에서 핵심 쟁점이던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의 고용 보장, 신차 배정 문제와 관련해 합의점을 찾았다.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한국GM 브랜드 가치 실추, 반토막 난 판매, 협력 부품업체 경영난 등 '복합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해까지도 한국GM 노조는 임단협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수시로 파업을 벌였다. 한국GM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성을 올리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바꾸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GM이 경쟁력을 잃고 내수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면 또다시 GM의 철수와 추가 자금 요구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지난해에도 9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는 등 지난 4년간 약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 잠식 상태다. GM 본사가 2013년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유럽에 쉐보레 소형차를 주로 수출하던 한국GM이 결정타를 맞았다. 여기에 경쟁력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입 지연 등으로 한국 내수 시장에서도 판매가 계속 줄어들었다. 2013년 18조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12조원으로 감소했다.

일단 이번 노사 합의로 한국GM은 당장 급한 자금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국GM은 이달에만 부품대금 3000억원, 작년 직원 성과급과 일반직 직원 급여를 비롯해 희망퇴직 위로금 등 약 5000억원 등 최소 9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노사 합의에 따라 한국GM은 GM 본사로부터 차입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받아 이 같은 유동성 문제부터 해결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에서 불거졌던 GM 철수설 등으로 사후서비스(AS)에서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소비자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내수 판매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중형급 이상의 경쟁력 있는 모델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부실 원인이 된 불투명한 경영 방식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중간 실사에선 비싼 연구·개발비, 고리의 GM 대출금 여부 등을 따지는 GM 부실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GM의 출자전환과 차등감자(자본총액 줄이기), 정부의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여부 등을 놓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GM이 출자 전환하는 대신 차등감자를 실시해 산업은행 지분율을 지켜야 GM 자금 투입에 맞춰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 전환하고 산은이 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GM이 차등감자를 거부하면 산업은행은 한국GM 경영을 견제할 수 없다. GM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청도 요건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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