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연금개혁 '골머리'..국가 탓·민영화 탓 '답없어'

박승희 기자 2018. 4.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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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연금개혁 철회..항의집회서 26명 사망
칠레 '민영화 연금제도'·브라질 '방만 국가운영' 문제
니카라과 연금 개혁에 항의하는 학생들.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중남미가 연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연금 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어 정답을 찾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부채로 이어진 연금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정부가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지만, 한편에서는 민영화된 연금 제도가 망가졌으니 이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고쳐 국민들의 삶을 지탱하라고 들고 일어섰다.

◇니카라과 연금개혁 결국 '철회'…항의집회선 수십명 사망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의 연금개혁 시도는 22일(현지시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항의 시위가 격화되며 26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결국 앞서 발표한 개혁안을 철회한다고 밝힌 것.

지난 18일 오르테가 정부는 7600만달러(813억원) 규모의 연금 적자를 해소하고자 근로자와 고용주에게 더 많은 연금을 내라고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혜택은 줄이는 연금 개혁안을 확정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가 격화되며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고 상점 약탈과 정부 건물 피해도 이어졌다. 개혁 찬반 세력이 충돌하며 나흘간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니카라과의 재정 강화를 위해서는 복지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남미의 대표적 빈곤 국가인 니카라과의 국민들이 생계 수단 중 일부인 연금 혜택 축소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민영연금관리회사(AFP) 폐지를 촉구하는 칠레 시민들. © AFP=뉴스1

◇연금 민영화 '성공 사례'로 꼽히던 칠레…"민영화 필요 없다" 집회

같은 날 칠레 수도는 민영화된 연금제도를 개혁하라며 시민 1만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민영연금관리회사(AFP)를 폐지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 제도 운영을 촉구했다. 노동자는 아우그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군사독재 치하에서 1981년 도입된 '신자유주의적 연금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칠레는 1981년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을 폐지, 민간이 운영하는 민영 연금으로 대체했다. 이에 모든 노동자는 의무적으로 봉급 10%를 6개 AFP 중 선택해 투자해야 하며 AFP는 기금을 운용해 투자 실적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도입 초기 칠레 연금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연금 지급액도 늘어났다는 평가를 들으며 신자유주의 연금개혁 모범 사례로 꼽혔다. 도입 초 연평균 자산 운용 수익률이 1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것과 함께 AFP 부패로로 인한 연금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현재 연금 제도의 소득 대체율은 40%에도 못 미친다. 최초 약속했던 은퇴 시 임금의 70%는 커녕 최저임금의 절반도 못 받는 수령자가 생겼다. 사각지대가 넓고 여성에게 차별적인 AFP의 제도도 문제가 됐다.

기금 운용 손실액은 연금 납부자가 부담하고, 1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민간 기업만 수수료 장사로 혜택을 본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에 미첼 바쳴레트 전 대통령은 현 제도에 공적 사회보험 요소를 도입하는 등 제도를 일부 수정하려 했지만 시민들은 근본 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저항을 계속했다.

지난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또한 국가 체제를 만드는 등 개혁을 시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질 연금 개혁안을 제출한 아서 마이아 의원. <자료사진> © AFP=뉴스1

◇ 국가지출의 46% 연금에 쏟아붓는 브라질…국민들은 '개혁 반대'

이달로 예정됐던 브라질 연금 개혁 법안 표결이 무산되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연달아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강등했다. 개혁이 안 되면 공공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단 이유다.

브라질에서는 15년 이상만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면 남성은 55세부터 퇴직 전 임금의 70%를, 여성은 50세부터 53%를 받는다. 공무원의 연금 혜택은 더 크다.

1985년 군부 독재가 끝난 뒤 잇따라 공무원을 늘리고 연금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을 시작한 브라질 정부는 빚더미에 앉았다. 정부 지출 중 절반에 육박하는 지출이 연급 지급에 쓰여 인프라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는 연금 수령 연령과 납부 최소 기간을 10년씩 더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공무원에 대한 혜택도 줄였다. 하지만 연방의회 표결은 사실상 무산됐고 10월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선거가 끝나도 올해 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의원들 또한 표심을 우려하며 개혁안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연금 개혁은 먼 길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노동·시민단체 주도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복지가 브라질 헌법에 규정됐다며 연금 개혁이 국민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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