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봐야 할 이흥실 감독의 '환영사'와 안산의 반란

임성일 기자 입력 2018. 4. 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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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2 9위였던 막내클럽, 올 시즌 선두권 비상
이흥실 안산 그리너스 감독은 농담을 잘하는 지도자다. 그렇다고 마냥 실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뜨거운 근성의 소유자도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1부리그를 경험한 팀들도 많고, 1부로 복귀해야할 것 같은 팀들도 수두룩하게 넘치면서 K리그2(전신 챌린지)의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1부리그 최다 우승(7회)에 빛나는 성남도 있고 대우 로얄즈 시절 성남 이상으로 빛났던 부산도 현재 2부다. 거기에 광주FC, 수원FC, 대전시티즌 등 이미 1부를 경험해봤던 팀들도 많다. 이런 팀들끼리 승격 티켓을 얻기 위해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 "1부가 전쟁터라면 2부는 지옥"이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K리그2 순위표 구성을 보면서 놀라는 것은 호들갑일 가능성이 적잖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그래도 이 팀의 비상은 예상치 못했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안산 그리너스의 돌풍은 올 시즌 초반 K리그 1-2부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바람이다.

이흥실 감독이 이끄는 안산은 지난 22일 오후 홈 구장인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부천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8라운드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전반에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후반 3골을 몰아쳐 경기를 뒤집은 결과다.

이 승리로 4승3무1패(승점 15)가 된 안산은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1위 성남(4승4무 승점 16)과는 겨우 1점차고 2위 부천(5승3패 승점15)에게는 다득점에서 밀린 순위다.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아산 무궁화(경찰청)를 만나 0-1로 패했을 때만해도 작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아니, 더 냉정하게 말해 안산을 향한 조명 자체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출범한 안산은 36경기를 치르면서 7승12무17패로 승점 33점을 수확했다. 최하위 대전시티즌(6승11무19위 승점 29)에 이은 9위였다. 초짜 이미지를 털어낸 2년차. 올해 역시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아직은 넉넉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때문에 무게감 있는 선수들을 스쿼드에 포함시키기 어려웠다.

팀을 이끌고 있는 이흥실 감독도 개막을 앞두고 "올해 우리의 목표는 8위다. 지난해 9위했으니 한 계단은 더 올라가야한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거의 모든 팀들이 우승이나 승격, 최소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4위 진입을 지향점으로 삼을 때 이 감독은 허허실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날이 서 있었다.

확실히 첫해와는 다른 뉘앙스였다. 2017년 첫 도전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승점 자판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냉정한 현실의 벽을 인정했던 이 감독은 2018시즌을 앞두고는 다소 넉넉해진 표정으로 "올해는 K리그2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더 치열한 판세를 만드는 중심에 안산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안산 그리너스의 돌풍은 K리그 1-2부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만한 바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안산은 2라운드 대전과의 시즌 첫 홈 경기 때 2명이 퇴장 당하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3-2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궜고 3라운드 홈경기서 안양을 2-1로 꺾고 연승에 성공했다. 4~5라운드 우승후보 성남, 부산과의 원정은 각각 0-0과 1-1 무승부로 끝났고 4월7일 홈으로 돌아와서는 수원FC를 1-0으로 꺾었다. 그리고 지난 14일 광주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안산은 홈 팬들이 모인 안방 부천전에서 다시 3-1 승리를 잡아냈다.

실리적인 운영이 엿보이는 행보다. 객관적인 열세를 인정하고 원정에서는 최대한 안정적인 운영에 방점을 찍어 '승점'을 획득하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그러나 홈에서만큼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도 지켜내고 있다.

이흥실 감독은, 축구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독종'이다. 현역시절 화려한 테크니션이었으며 동시에 뜨거운 근성의 소유자였다. 그의 농담만 듣고 웃다가 끝나면 오판이 될 확률이 높다.

올 시즌 K리그2는 지난해와 견줘 무려 8개 구단의 감독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연속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는 이흥실 감독과 부천FC의 정갑석 감독뿐이다. 빈자리는 거의 대부분 젊은 지도자들로 채워졌다. 고종수 대전 감독(40)과 박진섭 광주 감독(41), 박동혁 아산 감독(39)과 김대의 수원FC 감독(44) 등 젊은 지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시즌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이흥실 감독은 "많은 젊은 지도자들이 가세해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환영사(?)를 전한 바 있다. 그때는 그저 재치 있는 입담으로만 여겼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판을 지옥으로 만드는 주체가 안산 그리너스가 되는 분위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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