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이 가볍다고?..방탄소년단·트와이스로 '입덕'하는 인문학

신혜지 입력 2018. 4. 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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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예술혁명'·'아이돌을 인문하다'..아이돌 음악으로 배우는 인문학책 출간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때 ‘평균연령 20살 샤이니 vs 22살 신해철’이라는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신해철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와 샤이니의 ‘링딩동’의 가사를 비교하며 “이것이 뮤지션과 춤꾼의 차이. 요즘 가요계에는 춤꾼밖에 없다”라는 말을 적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신해철은 훗날 자신의 콘서트에서 “내가 생각할 때 21살짜리 자의식 과잉인 소년과 한창때인 아이돌들이 즐겁게 부르는 링딩동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음악을 만들 때 그 음악의 목적은 남을 비웃고 업신여기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데 인터넷에서 빈정대는 데 쓰이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3개월 나왔다가 없어지는 노래도 있고 오랫동안 회자되는 노래도 있지만 결국 모든 노래는 잊힐 것”이라며 “잘났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냥 조금 긴 유행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잘났다고 할 것도 없다”며 유행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흔히들 아이돌 노래를 ‘빠순이’들만 소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돌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도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서사와 컨셉,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다. 아이돌의 음악은 더 이상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는 사회 현상 중 하나가 됐고, 더 나아가 이 현상을 분석하게 만드는 철학적, 예술적 탐구의 대상이 됐다.

사진='BTS 예술혁명'(파레시아) '아이돌을 인문하다'(사이드웨이) 출판사 제공

방탄소년단(BTS)과 그들의 팬덤이 만든 ‘방탄 현상’을 질 들뢰즈의 철학과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 분석한 ‘BTS 예술혁명’과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워너원 등 아이돌의 노래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아이돌을 인문하다’가 나란히 나왔다. 아이돌의 음악은 이제 철학적 분석이 필요한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 ‘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출간된 ‘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를 비롯해 세계를 휩쓴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이 일으킨 현상을 들뢰즈와 벤야민의 철학 개념과 예술이론으로 풀어낸다. 저자 이지영은 서울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들뢰즈를 연구했고, 현재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에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혁명’에 가까운 전략에 기초한 것이라고 역설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들뢰즈의 ‘리좀(Rhyzome)’ 개념을 가지고 온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서열적인 구조를 떠나, 위계질서가 없고 배척적이지 않은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방탄소년단이 일으킨 문화적 혁명을 설명할 이론으로 대입한 것이다.

예컨대 저자는 방탄소년단이 가사를 통해 위계와 권력 관계를 침식한다고 설명한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억압과 불평등, 편견 등의 문제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극복 의식을 담았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을 언급하며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 리좀의 개념과 부합하는 수평적인 연대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리좀의 개념같이 방탄소년단 역시 팬덤과 수평적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다.

◆ ‘아이돌을 인문하다’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지난 18일에 출간된 ‘아이돌을 인문하다’라는 책 역시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트와이스 등의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널리 사랑받는 대중음악의 노랫말들을 ‘문학’과 ‘철학’의 시선을 통하여 꼼꼼하게 바라보고 엮은 책이다. 저자 박지원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기자와 서점 MD, 출판사 에디터 등을 거쳐 지금은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선 K-POP을 대표하는 세 그룹의 노래들을 비롯한 총 46곡의 노랫말과 함께 각각의 노래에 중점적으로 담긴 삶과 사랑에 관한 46가지 인문학적 키워드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방탄의 12곡, 트와이스의 11곡, 워너원의 10곡의 노랫말들을 성장과 책임, 아름다움과 구원, 생명과 약속, 자존감 등 인문학적 키워드와 연결해 분석한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은 2013년부터 자신들만의 뚜렷한 철학과 자의식을 지니고 스토리텔링을 해 온 그룹으로, 트와이스는 ‘소녀들의 성장 서사’라는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그룹으로 본다. 그리고 워너원은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엠넷 ‘프로듀스 101’을 통한 탄생 과정부터 대중들과 긴밀하게 얽힌 특색이 있다고 짚는다.

혹자는 이에 대해 인류의 보편적인 성장 서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자 역시 이 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아이돌 분석서로 비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이돌을 모티브로 풀어놓는 우리들의 성장 서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대중이 가볍고 일상적으로 따라 부르는 여러 아이돌의 히트곡과 우리 대중음악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빠르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아이돌을 모르지만 알고 싶은 이들도, 아이돌에 익숙하지만 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 책들을 통해 쉽고 재밌게 인문학적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아이돌의 노래를 가볍다고들 말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의미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통찰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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