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휴대폰만 동기화?..대화하는 두 사람 뇌도 동기화 중

송민령 2018. 4. 23.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9] 무언가를 보거나 듣는다는 건, 그 무언가에 대한 정보가 내 머릿속에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내가 "둥~ 둥~ 둥~" 하는 북소리를 들을 때, 내 뇌 속에는 "둥~ 둥~ 둥~" 하는 소리가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고 있다. 만일 이 북소리를 다른 사람과 함께 듣는다면,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도 "둥~ 둥~ 둥~" 하는 소리가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고 있을 것이다.

◆뇌 동기화와 EEG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뇌에서 뇌 활동의 일부분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뇌 동기화(brain synchronization)라고 한다. 흔히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독립적이라고 여기지만, 이처럼 두 사람이 같은 환경에 있을 때는 뇌 활동에 비슷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뇌 동기화를 측정할 때는 EEG가 더러 사용된다(아래 그림). 신경세포들은 전기적인 활동을 하는데, 이 전기 신호의 합을 뇌 밖에서 측정할 수 있다. 다수 신경세포들의 전기 신호 합을 뇌파라고 하고, EEG는 뇌파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강당에 100명의 사람들이 북을 하나씩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들이 모두 1초에 한 번씩 북을 친다면 강당 밖에서 들었을 때 1초에 한 번씩 큰소리가 들릴 것이다. 뇌에서도 여러 신경세포들 활동이 비교적 동시에 일어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크고 느린 뇌파가 띄엄띄엄 측정된다.

왼쪽: EEG를 측정하기 위해 준비한 모습, 오른쪽: 뇌파의 예시. 가로축은 시간을 나타낸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uman_EEG_without_alpha-rhythm.png, https://www.flickr.com/photos/tim_uk/8135749317

이번에는 강당 안의 사람들이 모두 각자 마음대로 북을 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아까보다 작은 소리들이 불규칙하게 자주 들릴 것이다. 뇌에서도 신경세포들이 따로따로 활동할 때면 이렇게 작고 빠른 뇌파가 관찰된다. 또 강당 가장자리에서 친 북소리는 강당 밖에서도 그럭저럭 들리지만, 강당 가운데서 친 북소리는 강당 밖에서는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EEG도 두개골 밖에서 뇌파를 관측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뇌 깊숙한 곳의 신경 활동을 관측하기에는 좋지 않다.

◆대화하는 두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동기화

앞에서 설명했듯이 두 사람이 같은 소리를 들을 때는 두 사람의 뇌 활동 일부가 동기화된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도 같은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동기화는 같은 소리를 듣기 때문에만 생기는 걸까?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뇌 활동을 EEG로 측정했다. 굳이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게 한 것은 상대방 목소리 외에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정보가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동기화된 뇌 활동에서 대화 소리에 동기화된 부분을 뺐다.

놀랍게도 대화 소리에 동기화된 부분을 제외한 뒤에도 여전히 두 사람의 뇌 활동에는 서로 동기화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활동과 관련된다고 추론되고 있다. 대화 외에도 카드 게임, 즉흥 연주 등 다양한 상호작용에서 뇌 활동의 동기화가 관측되었다. 동기화의 정도는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같은 팀일 때 더 컸다고 한다.

공감할 때도 뇌 활동에서 유사한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따라 하면서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뇌는 얼굴의 근육을 통해 나의 검정도 추론하기 때문이다. 즉, 타인의 표정을 무심코 따라 하면서 나의 감정도 상대의 감정과 조금 비슷해질 수 있다.

◆만 사람이 빚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빚는 만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어떤 식으로든 뇌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 협력할 때, 공감할 때, 상대방과 동기화된 나의 뇌 활동은 나의 뇌를 변화시켜왔다. 오래 함께한 친구와 부부가 서로 닮아가는 것, 닮고 싶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의 뇌 속에는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의 역사가 들어 있다. 나 또한 다른 많은 이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며 살아왔을 것이다. 한 사람이 만 사람이다.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