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사람속 어찌 알겠느냐만.." '농약 고등어탕' 마을 주민들 허탈

최창호 기자 2018. 4. 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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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린 23일 오전, 해상에 내려진 기상특보로 수십척의 어선들이 항포구에 발이 묶이자 마을에는 인적이 뚝 끊겨 조용했다.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일어난 경북 포항시 호미곶 구만1리 마을은 겉으로 평온해 보였다.

A씨는 마을 앞 항구에서 수산물축제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마을공동작업장에서 주민들이 점심으로 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고등어탕에 농약 의심물질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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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생각 나 잠도 못 자"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먹을 고등어 탕에서 농약의심물질이 발견됐다..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철거된 공동작업장 주변을 마을 주민이 잰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다.2018.4.23/뉴스1© News1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린 23일 오전, 해상에 내려진 기상특보로 수십척의 어선들이 항포구에 발이 묶이자 마을에는 인적이 뚝 끊겨 조용했다.

주민 대부분은 외출하지 않고 집에 머무는 듯했다.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일어난 경북 포항시 호미곶 구만1리 마을은 겉으로 평온해 보였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잦아들자 하나둘 공동작업장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앉은 주민들이 낮은 소리로 수군덕거렸다.

"아이고, 그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덕쿵덕 뛴다", "생각하기도 싫다 마", "모르고 탕을 먹었더라면 저승사자 따라갈 뻔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사건이 발생한 마을공동작업장(취사장)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다.

마을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곤 했으며, 평소에는 노인과 어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잠깐 쉬었다 가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전날까지 공동작업장에 설치했던 폴리스 라인은 이날 아침 철거됐다.

어렵게 말문을 연 주민들은 "이번 일로 주민 모두 마음을 크게 다쳤다. 이웃사촌간에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3년전쯤 일어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 생각 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이 사건도 화를 참지 못해 순간적으로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마을 잔칫날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먹을 고등어 탕에서 농약의심물질이 발견됐다..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철거된 공동작업장 주변을 마을 주민이 모여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있다.2018.4.23/뉴스1© News1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피의자 A씨(68)는 이 마을에서 수년간 부녀회장을 지냈다.

A씨는 마을 앞 항구에서 수산물축제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마을공동작업장에서 주민들이 점심으로 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고등어탕에 농약 의심물질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농약의심물질이 든 고등어탕은 30여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부녀회원이 탕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고 손가락으로 찍어먹은 후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다행히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뒤 이 동네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주민들을 해치기 위해 농약을 넣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강모 할머니(74)는 "세상에 희한한 일도 다 있제. 사람 속을 어찌 알겠느냐만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A씨가 부녀회장직을 그만둔 후 새 부녀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왕따를 당해 그런 일을 한 것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마을공동작업장 주변의 CCTV와 인근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등에서 A씨가 지난 21일 새벽 4시쯤 공동작업장 주변을 오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긴급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아직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지만 정황 증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집에서 농약병을 압수해 고등어탕에 남아있는 농약의심물질 성분과 같은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choi1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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