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심각했던 벤치 황선홍과 여유 넘친 관중석 박주영, 두 사람의 온도차

조회수 2018. 4. 23.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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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21일) 열린 K리그1 FC서울의 홈 경기에 많은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주 내내 축구뉴스 메인을 장식한 '박주영 SNS 논란' 이후 처음으로 열린 FC서울의 공식 경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울산전 선발명단에서 제외됐던 박주영은 개인 SNS를 통해 속상한 감정을 글로 남겼고, 그중 마지막 문장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발언은 수많은 추측과 기사를 양산했다. 사견을 전하는 게 문제는 아니나 '나아진 것 없는 서울' 앞에 붙은 '2년 동안'이라는 시간이 문제였다. 2년이라는 시간은 황선홍 감독이 FC서울에서 보낸 시간과 맞물린다. 논란이 커지자 박주영은 SNS를 통해 "후배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2차 게시물을 올렸지만 오해를 풀기보다 오히려 궁금증을 더 증폭시킬 뿐이었다. 

논란이 된 박주영 SNS 게시물

궁금증을 안고, 21일 홈 경기에서 두 사람의 온도차를 지켜봤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은 엔트리에서 제외 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황선홍 감독은 박주영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막내 조영욱을 선발 출전시키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황 감독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조영욱은 경기 내내 과감한 돌파와 크로스로 팀의 승리를 도왔고, FC서울은 이날 경기에 3-0 대승을 거뒀다.

전반 12분 만에 에반도르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황선홍 감독은 고요한의 쐐기골이 터지자 연신 물을 들이키며 답답했던 갈증을 달랬다.

같은 시각 관중석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경기 시작 전부터 박주영의 엔트리 제외는 많은 이슈가 됐고, 중계 카메라도 경기중 박주영의 모습을 담았다. 의외로 박주영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내내 밝은 표정으로 관중석을 지켰고, 주변에 손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만질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반면에 서울 벤치에 위치한 황선홍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긴장감이 넘쳤다.

후반 35분 막내 조영욱의 활약으로 대구FC 자책골이 들어가 3-0이 된 순간에도 황선홍 감독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더이상 상대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지만 벤치의 긴장감은 계속됐고, 서포터석에서 들리는 '황새아웃'이라는 외침도 이어졌다. 신뢰를 회복하고픈 감독과 등돌린 팬심이 정확히 대립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황선홍 감독이 미소를 보인 것은 세 번째 골을 유도한 조영욱이 벤치로 달려왔을 때가 유일했다.

황선홍 감독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조영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같은 시각 박주영과 서울 동료들은 경기장 나설 채비를 하며 그라운드를 지켜봤다.

경기가 종료된 후 관중석에서는 여전히 '황새아웃'이 들려왔고, 황선홍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코칭 스태프 및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서울은 이날 경기 승리로 승점 9점(2승3무3패)을 기록하며 리그 8위로 올라섰다.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우선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경기종료 후 황선홍 감독은 "마음이 무겁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며 "매 경기 결승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차분하게 준비해서 팬들 성원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등돌린 팬심을 한 번의 승리로 돌려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감독이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7,22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전 홈 경기는 겨우 4,714명으로 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열아홉 번의 FC서울 리그 홈 경기 중 관중이 1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 단 3차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심각한 상황이다. 

4월21일 토요일 오후 7,221명이 입장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경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 인사를 전하는 FC서울 선수단

귀가 즐겁지는 않지만, 욕이라도 들리면 다행이다. 적어도 그들은 K리그에 관심을 가져주니 말이다.

갈 길이 먼 FC서울이다. 적어도 지금 확실한 것은, 흩어져 있을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감독이든 선수든 프런트든, 고참이든 신예든, 힘을 모아야 '서울의 봄'이 가능하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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