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혜화동, 당신이 아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오마이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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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혜화동로터리 주변이라고 하면 대학로의 복잡한 거리와 성균관대학교 앞의 번화한 거리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혜화동로터리를 중심으로 북쪽 방향으로는 조용한 동네, 오래된 골목이 있습니다.
갑자기 소음은 '뚝' 하고 끊어지고 서울의 중심지인데도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는 동네를 만납니다. 오래된 간판에서 세월을 느끼고, 낡으면 낡은 대로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숨통이 트입니다. 깔끔. 반듯, 언제나 새로 닦여 있는 대도시의 풍경은 골목 하나를 들어서면 지극히 인간적이고 느슨한 풍경으로 변합니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어릴 적 함께 꿈꾸던 부푼 세상을 만나자 하네"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이 왜 만들어졌을까. 혜화초등학교 뒷골목을 걸으면 금방 그 노래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슬리퍼를 신고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 그런 느낌. 의외로 오래된 한옥들이 드문 드문 보입니다. 아파트 대단지에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은 이랬습니다. 지붕과 지붕이 맞닿고, 골목마다 추억이 있는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이 여기에 있습니다.
혜화초등학교 뒷골목을 지나 올림픽생활관 앞 로터리에서 샛길로 빠져봅니다. 마을 버스만 지나는 동네길을 걷다보니 발레교습소가 보입니다. 창밖에서 잠깐 기웃, 발레교습소가 있는 동네라니! 혜화동은 이런 멋진 곳입니다.
동양서림을 지날 때면 늘 장욱진 화백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던 화가와, 그 화가를 위해 묵묵히 뒷바라지를 했던 화가의 아내, 그래서 장화백은 부인 이순경 여사의 생일에 맞춰 늘 전시를 열었습니다. 동양서림,언제나 저렇게 낡은 간판으로 저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삭막한 서울.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서1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조용한 동네골목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골목 하나를 들어오면 새로운 서울이 있죠.
인적은 드물고 불빛은 환해서 걷기 좋습니다. 맛집은 곳곳에 숨어있죠.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걸으면 어쩐지 낯선 도시방랑자가 되는 듯한 들뜬 기분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의 겨울은 춥고, 여름은 뜨겁습니다. 해질 무렵 걸을 수 있는 시간은 며칠 남은 4월, 그리고 5월과 6월 뿐입니다. 밤은 짧아요, 그러니 걸어요.
거리 : 큰길우선 기준 42분 2.6키로. (다음지도)
주요코스 : 혜화역- 혜화우체국- 혜화초등학교 뒷골목- 올림픽국민생활관- 한무숙문학관- 짚풀사박물관- 동양서림
골목 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 보니 1시간 정도 소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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