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파이터' 문수빈, 마침내 챔피언 벨트 품에 안다

김종수 2018. 4.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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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FC] 21일 열린 '투쟁유희', 백곰·라텔 등 젊은 파워 돋보여

[오마이뉴스 김종수 기자]

여고생 문수빈(사진 왼쪽)은 나날이 기량이 성장중에 있다. ⓒ맥스FC 제공
21일 익산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서 있었던 맥스FC 13번째 넘버시리즈 '투쟁유희(鬪爭遊戱)'에 대한 입식격투기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해 매경기 명승부를 연출했던 것이 그 이유다. 지루한 승부가 단 한 경기도 없었다는 평가 속에서 '역대 최고의 시리즈'라는 극찬까지 쏟아지고 있다.

세대교체의 흐름 때문이었을까.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95kg 헤비급 챔피언 '백곰' 권장원(21·원주청학)은 메인이벤트서 해외 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카를로스 토요타(47·브라질)를 누르고 1차 방어전에 성공했다.

-60kg '킹스맨' 김동현(19·마산팀스타)은 장내 아나운서와 시합 출전을 겸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화제를 뿌린 '빈스킴(Vince Kim)' 김범수(28·익산엑스짐)를 넉 아웃으로 때려 눕혔다. '여고생 파이터' 문수빈(19·목포스타)은 '신블리' 신미정(26·대구무인관)을 일방적으로 몰아친 끝에 여성부 ?56kg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라텔' 김수훈(20·김제국제엑스짐) 또한 ?50kg 매치업에서 화끈한 난타전 끝에 라이벌 '복근멸치' 김우엽(20·병점삼산)을 꺾었다. 하나 같이 10대 혹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지만 시합에서 보여준 기량 만큼은 물오른 베테랑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문수빈(사진 왼쪽)은 동체급 최고 수준의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맥스FC 제공
나날이 성장하는 여고생 문수빈, '대형파이터' 보인다

웹드라마에 데뷔까지 하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미녀 파이터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신미정은 지난 경기에서 문수빈에 패한 바 있다. 때문에 이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더욱 비장했다. 평소 재능은 뛰어나지만 실전에서 너무 긴장을 많이 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지적받았던 만큼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그녀 입장에서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반면 문수빈은 타고난 게 많은 파이터로 꼽힌다. 173cm의 장신에 비율까지 좋은지라 입식타격가로서 매우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 아닌 담대한 성격이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기량의 성장 속도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진작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문수빈은 좋은 신체조건을 앞세워 거리싸움을 펼치려 했다. 반면 신미정은 근접거리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양선수 모두 5라운드 경기임을 의식한 듯 체력안배를 위해 초반부터 강공모드로 나가지 않고 적절히 치고받는 모습이었다.

문수빈의 무서운 점은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잘 알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큰 선수가 스탭을 활발히 밟으며 치고 빠지는 경기운영까지 잘한다면 작은 선수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카운터를 치려던 신미정은 정타 횟수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그같은 스타일로는 어렵다고 느낀 듯, 파고들어 펀치 연타로 거칠게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갔다.

문수빈은 어린나이가 무색할 만큼 매우 노련했다. 자신이 압박하는 과정에서 프런트 킥으로 신미정을 코너 쪽으로 밀어낸 후 긴 리치에서 나오는 잽과 스트레이트를 찔러 넣었다. 신미정의 반격이 나오려는 타이밍에서는 뒤로 살짝 빠지며 킥을 찼다. 힘 싸움에서도 앞서는지라 클린치 상황에서 주로 집어던지는 쪽은 문수빈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 선수의 격차는 커져갔다. 신미정은 4라운드에 접어들자 체력적으로 버거운 기색을 드러냈다. 반면 문수빈은 일정한 페이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해갔다.

5라운드 역시 문수빈이 경기를 주도해갔다. 신미정 입장에서는 인파이팅으로 진흙탕 싸움을 펼쳐야만 문수빈의 리듬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체력이 너무 고갈됐다. 일방적인 열세 속에서도 투지를 보이며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결국 여성부 ?56kg급 초대 챔피언 벨트는 5-0 판정으로 낙승을 거둔 문수빈의 허리에 둘러졌다.

문수빈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발목 부상 때문에 로드웍이나 킥 연습은 거의 하지 못하고 타이밍, 정확성에 중점을 둔 복싱 위주로 훈련을 했다"며 경기 전 준비 과정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더불어 초대 챔피언으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트레이닝복과 정장을 입었을 때의 걸음걸이를 다르게 해야 되는 것처럼 챔피언이라는 정장에 걸맞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수훈은 평소의 순한 이미지와 달리 링에서는 누구보다도 거친 인파이터다. ⓒ맥스FC 제공
다 태워버린 약관 신성들의 불꽃대결

20세의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20전 이상의 전적을 자랑하는 김우엽은 영화 <록키> OST에 맞춰 입장했다. 동갑내기 김수훈은 함께 운동하는 동료와 주변 지인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응원하는 가운데 심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춤을 추는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지켜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양 선수는 매치업이 잡히면서부터 서로를 강력하게 도발했던지라 시작 전부터 치열한 대결이 예고되는 분위기였다. 김우엽은 신장의 우위를 앞세워 거리를 두고 싸우려는 모습이었고 김수훈은 접근전을 통해 난타전을 노리는 기색이었다. 거칠게 펀치를 치며 들어가는 김수훈에 맞서 김우엽은 니킥으로 카운터공격을 시도했다.

양선수는 1라운드 막판 뜨겁게 펀치를 주고받으며 경기장 분위기를 확 달궜다. 링 코너로 돌아갈 때도 서로를 노려보는 등 시종일관 불꽃이 튀었다.

김우엽은 미리 준비해온 듯한 왼발 무릎공격을 계속 시도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김수훈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는 로우킥을 차고 조금의 틈만 있으면 펀치로 밀고 들어갔다. 원체 압박의 기세가 좋았던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김우엽이 조금씩 밀리는 모습이었다. 슬로우스타터로 평가받는 김수훈의 탱크 같은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광경이었다.

3라운드에서도 김수훈의 압박은 계속됐다. 링 중앙을 점령한 채 코너로 몰아붙이며 폭풍러시를 멈추지 않았다. 맷집이 좋은 김우엽 역시 그러한 압박을 버티며 투지 있게 반격을 냈다. 경기 내내 인파이팅으로 치고 들어가는 김수훈도 이를 견뎌내며 반격을 노리는 김우엽도 대단했다.

결과는 김수훈의 5-0 판정승으로 끝이 났지만 함께 명경기를 만들어준 경쟁자 김우엽에게도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수훈은 승리 후 링에서 가진 인터뷰 과정에서 함께 도와준 가족 및 체육관 동료들을 언급하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수훈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주일 정도만 잠시 들뜬 기분으로 살다가 다시금 달릴 생각이다"며 "훈련 때문에 부족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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