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5월엔 여행간다던 아들의 죽음, 안 믿겨요"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사고가 발생한 28일은 다산점의 의무 휴일이었다. 이씨는 이날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올라가는 무빙워크 끝부분에서 기계를 점검하던 중 몸이 기기 틈으로 빠지면서 사고를 당했다. 소방당국 구조대가 도착해 사고가 난 지 1시간여 만에 구조해 구리 한양대병원으로 이씨를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번 사건은 2년 전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사고와 닮은 꼴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비슷한 일이 2년 사이에 반복되자,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에 대해 유가족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17일, 경기도 구리의 한 커피숍에서 이 씨의 아버지인 이진규 씨를 만났다. 다음은 이 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아들인 명수씨가 사망한 지 오늘(17일)로 20일이 됩니다. 어떻게 보내셨어요?
"오늘 제사 지내고 왔어요. 솔직히 힘들어요. 그렇잖아요. 21살짜리 아들 보내고 힘 안 든다면 거짓말이고, 가족 모두 너무 힘들어요."
- 이마트 다산점 사고는 어떻게 발생했나요?
"무빙워크를 점검하면 위 아래로 두 사람씩 있어야 해요.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한 명 씩 있었어요. 그리고 보통 위에서 기계를 작동시켜 무빙워크가 돌아가는 옆에서 텐션을 잡아줘요. 손잡이를 말하는 거예요. 손잡이 작업을 하기 전에 돌아가는 발판을 빼요. 위에서 발판 두 개를 빼놓고 밑에서는 6개를 뺐어요. 그러고 나서 돌리니 두 개가 먼저 돌았을 거 아니에요. 그럼 밑에서 올 때 위에서 정지를 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저희 아들은 옆에서 손잡이 텐션 작업을 하다가 빠진 거죠."
- 위아래 두 명 씩 있어야 하는 데 한 명씩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규정을 어긴 건가요?
"네. 규정을 어겼다고 봅니다. 안전 교육도 제대로 안 한 것 같습니다. 이마트 측은 서류상 안전 교육을 10분 했다고 했는데 1분도 안전교육 안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교육받았다는 서류에 아들 서명이 있지만, 아들 자필도 아니고 사인도 아들 사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마트 측이 내놓은 안전교육점검일지에는 10시 30분부터 10시 40분까지, 약 10분 간 안전 교육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마트 CCTV에 기록된 상황을 확인한 결과, 직원들이 안전교육을 채 1분도 받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명수씨의 외삼촌 민수홍씨는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장으로 들어가는 부근의 CCTV를 봤을 땐, 10시 18분에 들어가 19분에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진규씨는 이마트 측이 안전관리공단에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 문제에 대해선 "형사고발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처음 명수씨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맨 처음 딸에게서 연락을 받았어요. 전화해서 오빠가 일하다 다쳤는데 의식이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1분도 안 돼서 다시 전화를 하더니,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믿기 힘들었어요. 저희 아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병원 갔죠. 살아만 있기를 바랐어요. 그게 부모 심정이에요. "
- 병원에 가서 누워 있는 아들을 보며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보는 순간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데 안 일어나니까요. 저희는 지금도 어디 여행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로도 안 믿어져요."
- 이마트가 하청 준 걸 또 재하청한 구조라고 보여지는데요. 그럼 이마트는 법적 책임이 없나요?
"명수네 회사는 하청의 하청 회사라고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마트에서는 거기에 대해 말이 없어요."
- 명수 씨는 어떤 아들이었어요?
"진짜 착해요. 특성화고 가면 혜택 줘서 공무원 되기 쉽다고 간 거예요. 그런데 공무원 시험 떨어지니 얼른 취직해서 자기 일을 하겠다고 했어요. 또 군대 가서 공부해 기능 2급에서 1급 시험 보고 제대하면 이 일 계속 하겠다고 생각했던 아이예요."
- 21살이잖아요, 어찌 보면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계속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군대 가기 전에 놀면 뭐하냐고 용돈이라도 벌어 쓰겠다고 한 거예요. 명수가 인대를 수술한 적이 있어서 현역은 못 가고 상근 예비역으로 집에서 왔다 갔다 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저녁에 시간 남으면 공부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사고 나기 전 달에 이 일을 그만두라고 했어요. 군대 가기 전 쉬며 여행도 가라고 했어요. 명수가 조금만 더 벌고 5월에 친구와 제주도 간다고 하더라고요. 4월까지는 이 일 하고, 5월에 제주도 다녀와서 상근 예비역으로 가려고 준비했단 거죠."
- 언제 가장 생각이 나세요?
"저녁 먹을 때가 제일 많이 생각해요. 명수가 항상 저녁 먹으면 지 동생이랑 같이 밥 먹으며 장난치거든요. 그리고 금요일만 되면 영락없이 나가서 친구와 술 한잔 하고 새벽에 들어와요. 금요일이 제일 그래요. 맨날 불금이라며 나갔거든요. 명수 친구 한 명도 금요일 되면 아들이 제일 생각난다고 저희 집에 왔어요."
"인건비 때문에 하청에 재하청... 안전불감증이 문제"
- 유가족이 요구하는 건 무엇인가요?
"저희가 이마트 쪽에도 요구하는 건 안전이에요. 안전 불감증이 잘못된 거죠."
-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였잖아요. 이전 세월호 참사를 맞이하는 것과 달랐을 거 같아요.
"세월호 참사나 저희 아들 사고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나 전부 안전 불감증 때문이잖아요. 아무리 안전을 말해봐야 원청에서 하청의 안전을 무시하는데 그게 되냐고요. 다 안전 불감증이에요, 인건비 때문에 싸게 하려고 하청의 재하청을 주니까 문제인 거죠."
- 특성화고 실습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전원이 취업해야 이미지가 좋아지고, 지원금도 많아지다 보니 선생들이 학생들을 무조건 취업시키잖아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곳이라도 집어 넣는 게 현재 특성화고예요. 아이들 관리도 잘 안 됩니다.
저는 그래요. 특성화고에서 취업을 내보내면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실습생들을 불러서 회사에 대한 간담회를 하면 좋겠어요. 물론 명수는 취업과 졸업 후 1년이 지나 사고 났지만. 예를 들어 9월에 취업 나가면 졸업할 때까지 교사는 나 몰라라 해요. 취업 나갔지만, 하루라도 교사가 면담하면 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간다는 걸 알 거 아니에요.
그리고 특성화고 교사는 학생이 취업 나갔다가 돌아오면 면박 주며 다른 데 나가라고 해요. 그런 학교 많아요. 그런 게 잘못된 거죠. 이런 것부터 고쳐 나가야죠. 특성화고는 좋은 학교라고 하면서, 막상 취업 나가는 학생들은 나 몰라라 한다고요. 취업 나갔다 돌아오는 학생도 잘 받아주고 선생이 잘 관리해 줘야 하는 게 특성화고죠. 그런데 한국의 특성화고는 그렇게 안 된다는 게 잘못된 거죠."
- 2년 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수리하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것과 유사한 사건인데, 관심이 덜하다고 느끼시진 않나요.
"섭섭한 건 없어요. 전 솔직히 그래요. 저희 아들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과와 비슷하게 사망했죠. 솔직히 이때는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지 제가 안 당했기 때문에 심정을 몰랐어요. 막상 당하니까 안전이 너무 허술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요."
"안전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일해야 해요"
- 명수 씨 사망 후 3일 만에 이마트 구로점에서도 사망 사건이 발생했잖아요. 거기 가셨지만 마트 측에서 밤 11시 이후 추모하라고 막았다던데.
"가서 (추모의 의미로) 꽃을 놓는다고 얘기해도 막고 안 들어 보내줘요. 이게 인간인가요? 영업시간에 놓고 가니 영업 방해라는 거예요. 보기 안 좋으니 11시 이후 하자는데 말이 되나요? 꽃 놓고 오는 게 무슨 큰일인가요. 구로점은 정규직 직원이었어요. 가족이었다고요. 이마트 노조 조합원이에요. 그런데도 추모를 밤 11시 이후 하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욕하거나 행패 부리는 것도 아니고 국화꽃 하나 놓고 오는 건데, 그걸 막아요."
- 마음이 무거울 건데 어떻게 거길 가게 되셨어요?
"아들 사고 난 다음날 구로점 조합원분들이 왔어요. 특히 마트 조합원분들, 민주노총, 민중당 그리고 MBC 기자분도 왔지만 저는 그런 분이 올 줄 몰랐어요. 마트 조합원이 오셔서 같이 싸우겠다고 하셨어요. 아들 사고 나고 3일 뒤 구로점 직원분이 그렇게 됐어요. 그분도 47살밖에 안 됐더라고요. 저는 자식을 잃었지만, 거기는 부모를 잃었잖아요. 마음이 더 아플 거 아니에요. 그래서 위로 삼아 간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주세요.
"지금 이마트 시설팀을 형사고발 해놨어요.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거든요. 안전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일하고, 하청의 재하청을 주더라도 제대로 인건비 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해요. 전 아직도 이마트가 용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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