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만 년 전 조상들도 현생인류처럼 '직립보행'했다?

송경은 기자 2018. 4.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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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직립보행이 기존 추정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라이클렌 교수는 "직립보행은 구부정하게 걸을 때보다 에너지를 덜 쓴다.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를 보면 걸을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은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360만 년 전 인류 조상들도 기후 등의 환경 변화가 나타나면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현대인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것이 자연선택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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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직립보행이 기존 추정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데이비드 라이클렌 미국 애리조나대 인류학과 교수는 초기 인류인 호미닌도 이미 직립보행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년 실험생물학 정기학회’에서 발표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래톨리에서 발견한 360만 년 전 호미닌의 발자국 화석을 3차원(3D)으로 분석한 결과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7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직립보행을 시작한 건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20만~30만 년 전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630만 년 전 인류 조상도 직립보행을 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호모 속(屬)은 200만~250만 년 전 출현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건 20만~30만 년 전으로, 이때부터 인류가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라이클렌 교수는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7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는 똑바로 서서 걷지 못하고 유인원처럼 구부정한 다리로 웅크린 자세로 걸었다고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호미닌은 호모 속의 출현보다도 앞선 인류 조상을 통칭한다.
 
라이클렌 교수팀은 호미닌의 발자국 화석을 바탕으로 발자국이 찍힐 당시 바닥에 가해진 힘(압력)의 분포를 분석했다. 3D로 발바닥의 형태와 골격 등을 복원하고, 부위별로 얼마나 땅이 깊게 눌렸는지 측정해 여기에 나타난 힘의 분포를 시각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피험자에게 한 번은 똑바로 선 자세로, 다른 한 번은 구부정한 자세로 걷도록 해 각각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발자국 화석과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뒤, 서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360만 년 전 호미닌이 발을 디딜 때 나타난 부위별 힘 분포는 현대인이 구부정하게 걸을 때보다 직립보행을 할 때와 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호미닌이 기존 학설처럼 구부정하게 걸었다면 발의 무게중심 역시 앞쪽에 실려야 한다. 그러나 호미닌 발의 무게중심은 직립보행을 하는 현대인의 발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앞부분과 뒤꿈치 등 발이 바닥에 닿는 부위 간에도 균형 있게 힘이 실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인의 발자국과 360만 년 전 호미닌의 발자국에 나타난 압력 분포(왼쪽)와 발을 디딜 때의 발바닥 형태를 3차원(3D)으로 복원한 모습(오른쪽). 호미닌이 걸을 때 발의 힘 분포와 형태는 현대인이 직립보행 할 때와 더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 자료: 미국 애리조나대

라이클렌 교수는 “발자국 화석이야말로 과거 인류의 조상이 어떻게 걸었는지를 나타내 주는 유일한 증거물”이라며 “형태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호미닌은 현생 인류처럼 직립보행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면에서 현대인과 많이 달랐겠지만, 적어도 걸을 때만큼은 현대인과 비슷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의 진화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단서가 될 전망이다. 라이클렌 교수는 “직립보행은 구부정하게 걸을 때보다 에너지를 덜 쓴다.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를 보면 걸을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은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360만 년 전 인류 조상들도 기후 등의 환경 변화가 나타나면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현대인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것이 자연선택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인류의 생활양식에 대한 기존 관념도 바뀔 수 있다는 게 라이클렌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호미닌이 현생 인류처럼 다양한 운동능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오래 전에 찍힌 발자국들을 추가적으로 분석한다면 초기 인류가 어떻게 사냥을 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과서에서 묘사하는 호미닌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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