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막고 월세 올리고"..주거난에 대학생들 뿔났다

이슬기 입력 2018. 4. 23. 06:01 수정 2018. 4. 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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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기숙사 5년째 제자리걸음에 학생들 집단행동 나서
세명대 학교 주변 원룸 방세 인하 요구하며 가두시위
"지자체가 지역내 임대업자 눈치보며 학생고충 외면" 지적
지난 12일 오후 고려대 학생들이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며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부터 성북구청까지 행진하고 있는 모습.(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최정훈 기자] 대학생들이 뿔났다. 치솟는 대학가 주거비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주 가두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주소지를 대학 인근 주거지로 옮기거나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등 주거난 해소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5년째 제자리 고려대 기숙사 학생들 집단행동 나서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오후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며 처음으로 학교 밖에서 집회를 열였다. 학생들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부터 성북구청까지 2㎞ 가량을 행진하며 성북구청에 기숙사 신축 허가를 요구했다.

앞서 고려대는 2013년 개운산 기숙사 신축을 결정했다. 그러나 성북구 주민들은 환경이 파괴되고 월세방 수요가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성북구청은 고려대에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기숙사 문제는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고려대의 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전체 사립대학 평균인 20.1%의 절반수준(10.3%)에 불과하다. 고려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재학생수가 2만 6754명이었지만, 기숙사 수용인원은 외국인 학생을 포함해 총 275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고려대 총학생회가 고려대 재학생 11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6%의 학생이 월세만 50만원 이상을 내고 있었다. 보증금이 1000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무려 55%에 달했다.

고려대 학생들 성북구청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서울시의회 김문수 의원 페이스북에 “고려대 기숙사 신축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라”는 댓글을 다는 등 지방선거를 기회로 오랜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태세다. 김 의원은 “고려대 학생들과 만나서 얘기를 할 생각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오는 6월엔 지방선거가 있어 학생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기숙사 신축에 대한 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며 “고려대 본부와 성북구청, 그리고 성북구의 주민들에게 기숙사 신축을 위한 학생들의 간절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강 시즌인 지난달 4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앞 게시판에 원룸, 하숙 등 가격 안내문들이 써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룸값 인하할 때까지” 매주 시위나서는 학생들도

대학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한양대는 기숙사 신축을 둘러싸고 2015년부터 지역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지난해 12월 2년 만에 기숙사 신축계획이 통과됐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서울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은 지역주민의 반대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충북 제천 소재 세명대에서는 대학 주변 원룸들의 방세 인하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매주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제천 도심에서 5㎞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1년치 방세로 350만~400만원을 내는 것은 지나치게 비싸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신축 원룸은 1년치 방세가 600만~700만원이나 된다. 세명대 총학생회는 방세 가격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세명대 재학생 김모(26)씨는 “비슷한 시설이면 서울 원룸이 보증금이나 월세가 더 쌀 정도로 학교 주변 방세가 비싸다”며 “학교 옆 원룸들은 학교와 가깝다는 이유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구 세명대 총학생회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천시장 후보들이 원룸 방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실제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싶다고 연락해 온 후보도 있다”며 “매주 시위를 나서다 보면 제천시나 시장 후보측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요구해 올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해결방법이 도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원룸 임대업자 눈치 보는 지자체가 문제”

반면 지역주민들은 원룸 주인들의 생계 문제 등을 이유로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 40만~6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원룸을 전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학 기숙사는 보증금 없이 월 15만~3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전국 158개 대학 기숙사비 현황에 따르면 △1인실 평균 29만 7000원 △2인실 평균 19만 7000원 △4인실 이상 평균 14만 3000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국가나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임대업자의 영향력에 밀려 기숙사 관련 정책 결정을 미루는 것이 대학생 주거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한솔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처장은 “기숙사 신축 승인 권한을 가진 기초자치단체가 학생들보다는 원룸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지역 임대업자들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들이 주거 이전을 하는 등 협상력을 높여 기초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넣는 등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국가도 기숙사나 저렴한 임대주택 등을 공급함으로써 고질적 청년 주거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surug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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