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340억짜리 유령마을

백수진 기자 입력 2018. 4.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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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박물관마을 개관 6개월.. 안내문도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시와 구는 부지 소유권 다툼만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9770㎡(약 3000평) 부지에는 한옥과 근대식 건물 43개가 모여 있다. 서울시가 세금 340억원을 들여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을 전체를 박물관처럼 만들었다. 지난해 9월 도시건축비엔날레에 맞춰 개관했으나 행사 폐막 후 6개월째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다. 도심 한복판의 '유령 마을'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박물관 마을에는 관람객이 눈에 띄지 않았다. "가치 있는 건물을 보존한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홍보했지만 기본적인 안내문조차 없었다. 지난해 개관 당시 시는 "카페, 유스호스텔, 서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대 수입으로 투자 예산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일부 입주 업체도 대부분 시에서 모집한 공방으로 관람객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세금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마을이 비어 있는 것은 서울시와 종로구가 서로 부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지는 지난 2014년 돈의문뉴타운조합이 돈의문 1구역에 경희궁자이아파트를 짓는 조건으로 기부채납했다. 예산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은 서울시다. 종로구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건물을 지었다"면서 "토지 소유권은 종로구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문화 시설은 재정과 운영 능력이 있는 시에서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부채납 부지가 공원으로 쓰이면 자치구에 귀속되지만, 박물관 같은 문화시설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생긴 갈등이다.

시의 부실한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안재홍 종로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세금을 300억원 넘게 투입했는데도 관람객을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서울시의 계산 착오"라고 했다. 시 내부에서도 "공간 조성 이후 활성화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50대 직장인은 "서울시가 금싸라기 땅을 사들여서 유령 마을을 만들어놨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최종 준공은 2020년으로 아직은 임시 개관 상태라 홍보가 덜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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