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날']4월23일 "나라를 10년 말아먹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형규 기자 2018. 4. 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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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래전 ‘이날’]은 1958년부터 2008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1998년 4월23일 ‘전두환교(敎)의 광신도들’

20년 전 경향신문엔 전두환의 5공 비리 수사 뒷얘기를 다룬 ‘문민검찰 특별조사실’ 시리즈가 실렸습니다.

당시 전두환의 부하들도 여럿 검찰 조사실을 드나들며 비리 의혹을 추궁당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한 수사 검사의 설명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다웠습니다. (나라를) 거의 10년을 말아먹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전씨에 대한 충성심도 한결 같았고요.”

전두환에 대한 이들의 맹목적 충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이들을 ‘전두환교(敎)의 광신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사건으로 전두환의 뒤를 이어 구속되자 “각하를 곁에서 모시게 됐다”며 오히려 즐거워했습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두 차례 옥살이를 마친 뒤 전두환에게 받은 30억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가 전두환이 구속되자 “어른의 옥바라지를 위해 쓰겠다”고 했습니다. 전두환의 전속부관으로 5공 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제1부속실장을 지낸 손삼수는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에 불려와 조사받으며 종이에 무조건 ‘문민독재 물러가라’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만 썼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장세동 전 안기부장, 안현태 전 경호실장, 손삼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한 검사가 전두환에게 물었습니다.

“주변에서 어떻게들 의리를 지키는지… 노 대통령(노태우)과 비교해서 세간에 말이 많습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칭찬에 입이 벌어진 전두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난 군에 있을 때부터 호불호가 분명했지. 알다시피 군 고급장교가 되면 다 라인이 생겨. 일선지휘관으로 나가면 나하고 가장 적대관계에 있는 장군을 따르는 부하를 따로 부르곤 했어. ‘너, OOO 장군한테 하는 것의 70%만 나한테 해. 그럼 훌륭한 부하로 인정하겠어’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나서 계속 그 부하를 챙기는 거지. 포상할 일이 있거나 하사금 줄 일이 있으면 제일 잘해주고… 그러면 그 친구도 자연스럽게 나한테 잘하게 되지. 결국 다른 부하들도 저절로 나를 따르게 돼.”

결국 돈으로 아랫사람들을 매수했다는 얘기입니다. ‘전두환이 주는 촌지 봉투엔 항상 받는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숫자 0이 하나 더 붙은 액수가 들어있었다’는, 세간에 퍼진 후일담 내용과도 비슷합니다.

김용민 화백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018년 현재까지 국고로 환수된 추징금은 1155억원입니다.

전두환은 여전히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 1050억원의 추징금이 남아있습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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