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골프장 부킹·채용 청탁.. 삼성에 문자 보낸 정치인·경제 관료들
[경향신문]
언론인에 이어 전현직 국회의원과 장관·부총리 등 유력 정치인과 경제 관료들도 삼성그룹과 각종 선물과 채용 청탁 등을 주고받으며 유착해 온 정황이 공개됐다.
인터넷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22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실명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던 2015년 10월 장충기 사장에게 삼성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한 송모씨의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윤상현 의원은 이에 대해 “송씨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에 없고 채용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우제창씨도 장충기 문자에 이름을 올렸다. 우 전 의원은 장충기에게 광고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그는 친구 회사의 광고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제 광고는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충기 문자에는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수장들의 이름도 대거 등장한다. 문자 내용을 보면 장충기는 이들에게 수시로 선물을 보내고 함께 골프를 치며 삼성 관련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는 장충기를 ‘장대감’이라고 부르며 새해 선물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여러 건의 골프 약속 문자에도 이름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재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친 박재완씨는 장충기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자주 연락했다.
박 전 장관은 수시로 골프 예약을 부탁했고, 퇴임 후엔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이 장충기의 도움으로 미주개발은행이 주관하는 사업의 운영자로 선정됐다며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 시절인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윤증현씨는 장충기 사장에게 오페라 티켓과 골프장 이용권, 최신형 휴대폰 등을 선물로 받은 후 감사 문자를 보냈다.
윤 전 장관은 기재부 장관 재임 시절 삼성의 최대 현안이었던 삼성생명 상장을 도와주는 결정으로 이건희 일가에 4조원이 넘는 상장이익이 돌아가는 등 ‘삼성 도우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전 장관은 박근헤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2016년 11월에는 삼성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뉴스타파] ‘장충기 문자’ 대공개 : 삼성공화국의 엘리트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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