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갑질에 'KAL피아' 문제 또다시 불거진다

세종=조귀동 기자 입력 2018. 4. 22. 14:04 수정 2018. 4. 22.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국적 조현민 6년간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국토부 묵인 의혹

지난 2012년 조현민 당시 진에어 전무가 객실승무원을 맡아 탑승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 전무는 항공안전법을 어기고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았었다. /진에어 제공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의 유착관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 전무가 2010~2016년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은 과정에서 국토부가 이를 방관 또는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은 2010년 3월 이후 그가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에어 등이 공표하는 사업보고서 등에 조현민 전무는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기재됐다.

언론보도도 당시부터 조 전무가 미국 국적자라고 적시해왔다. 그가 각종 논란에 얽히면서 화제가 될 때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미국 국적 문제가 회자했다. 조 전무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이후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이다. 대학도 미국 남가주대(USC)를 나왔다. 이런 상황을 국토부가 모를리 없는데도 미국 국적인 조 전무는 6년간 진에어 등기임원을 했다. 국토부의 묵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국토부 장관 “충분히 적발 가능했던 사안”…내부 감사지시

진에어는 2013년 3월 대표이사를 바꿨고, 같은 해 10월 사업범위를 변경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이 때 마다 국토부는 진에어 법인등기를 확인해 항공사업법상 면허 결격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조씨가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2016년 2월 진에어 대표이사 교체 때도 마찬가지 업무가 이뤄져야만 했다. 조 전무의 미국 국적이 화제가 된 것과 별개로, 국토부는 진에어 업무를 처리하면서 3차례 조 전무의 등기이사 재임이 법규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사실을 지적한 사람은 다름아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었다. 국토부는 김 장관이 해당 사실을 지적하기 전까지 “2016년 10월 이전엔 항공면허 유지 요건을 따로 점검하지 않아 진에어의 불법 등기이사 선임 문제를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김 장관은 관련 사안을 보고받으며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2013년과 2016년 국토부가 진에어의 등기상 결격사유를 찾아낼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격노하며 즉시 내부 감사 착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땅콩회항’ 이후에도 여전한 칼피아

조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유착관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온다.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당시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가운데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었고, 이들이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관련 문서를 대한항공에 넘긴 게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도 2016년 이후 올해까지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은 1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대한항공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제도개선 등 사후처리도 묵살하는 행태를 보였다. 임종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땅콩 회항을 계기로 구성된 항공안전특별위원회는 2015년 △사장 직속인 중앙안전위원회 이사회 직속으로 배치 내부통제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준법지원인제도 활성화 △내부고발 활성화 외부 독립채널 구축 △자유로운 안전이슈 논의 프로그램 운영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국토부에 별도 의견서를 보내 권고 사항을 반박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제도개선은 흐지부지 됐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감독 당국인 국토부의 묵인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칼피아(대한항공의 영문 약자 KAL과 마피아의 합성어)’ 문제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조현민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칼피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명희 이사장은 운전기사나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종종 물건을 던지거나 폭언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고 이재철 전 중앙대 총장의 장녀인데, 이 전 총장이 교통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1973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당시 인천을 거점으로 물류회사를 운영하던 고 조중훈 회장이 1969년 대한항공을 인수해 막 회사를 안정시키던 시기였다. 양가의 결혼이 대한항공 초기부터 대한항공과 국토부 관료가 유착 관계를 맺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