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50주년]④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 언어의 축제

2018.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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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968년 5월 프랑스 전역을 뒤덮은 구호와 표어들이다.

프랑스의 역사가 미셸 드 세르토는 68혁명 당시 "1789년(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사람들이 바스티유를 차지했던 것처럼, 지난 5월 사람들은 말을 차지했다"고 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선 세르토의 말처럼 수많은 구호와 표어, 주장들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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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구호의 축제..상상력과 저항·자유정신 담긴 표어 만개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선 당시 포스터와 표어 모아 특별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1973년 프랑스 샹송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오른쪽)와 그의 아내인 영국 출신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가운데). 갱스부르는 68혁명의 기운을 이어받아 70년대 프랑스 샹송의 대표 가수가 된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사랑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혁명을 하게 된다'

'혁명적 사고란 없다 오직 혁명적 행동만이 있을 뿐'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

모두 1968년 5월 프랑스 전역을 뒤덮은 구호와 표어들이다.

프랑스의 역사가 미셸 드 세르토는 68혁명 당시 "1789년(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사람들이 바스티유를 차지했던 것처럼, 지난 5월 사람들은 말을 차지했다"고 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선 세르토의 말처럼 수많은 구호와 표어, 주장들이 만개했다. 문학 전통이 강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말과 글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에, 민중미술의 화풍이 포개지면서 강렬한 이미지의 포스터와 현수막들이 거리에 나붙었다.

당시의 포스터와 표어들은 50년이 지난 지금, 파리 시내 국립미술학교 전시관에서 '투쟁의 이미지들'이라는 특별전시로 5월 20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난다.

파리국립미술학교 전시관서 열리고 있는 68혁명 50주년 특별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68운동 때 프랑스 앙제 고등농업학교 학생이던 르네 부리고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1968년 5월에 대한 나의 가장 생생한 기억이요? 모든 이가 새롭게 발견한 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누구와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50년 전 프랑스 거리에서 학생들은 '바리케이드는 거리를 차단하지만 길을 연다', '혁명적 사고란 없다 오직 혁명적 행동만이 있을 뿐',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권위주의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저항했다.

전후 프랑스를 재건한 부모세대와 샤를 드골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 보수화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은 '서른이 넘은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말라' '도망쳐라 동지여, 낡은 세계가 너를 뒤쫓고 있다' '젊은이들은 성교를 하고 늙은이들은 음란한 몸짓을 한다' 등의 구호로 표출됐다.

여성들은 일상의 차별을 비판하며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고 권위에 저항하는 방편으로 청년들은 사랑을 찬미하며 '사랑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혁명을 하게 된다'. '아래위로 포개 누워 사랑하라' '너희의 바지 지퍼를 여는 그만큼 자주 너희 두뇌도 열어라' 등의 문구에 도취했다.

이런 자유로운 성의 관념은 70년대 샹송으로 이어진다. 청년층에서는 자유로운 동거가 일반화됐고, 노래 가사도 과감하게 섹스를 말하기 시작한다.

세르주 갱스부르는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 불렀던 '널 사랑해, 나 역시 널 사랑하지 않아'(Je t'aime, moi mon plus)라는 문법에도 맞지 않는 제목의 노래에서 육체적 사랑을 노골적으로 읊었다.

68의 가장 유명한 구호 중에는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도 있다. 어떤 형태의 억압도 넘어서겠다는 저항과 낙관의 표현이었다.

68 학생혁명의 아이콘이었던 다니엘 콘벤디트(68)는 50년이 지난 지금 가장 아름다운 슬로건으로 자신이 주인공인 구호 '우리는 모두가 독일계 유대인'을 꼽았다.

독일에서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부모에게서 태어난 콘벤디트는 독일 국적자였다. 68년 당시 한 극우성향 프랑스 주간지는 "독일 출신의 유대인이 카를 마르크스를 흉내 내려고 한다"며 콘벤디트를 공격했고 그는 추방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학생들은 "우리는 모두 독일계 유대인이다"라는 구호로 강한 연대감과 자신들의 리더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콘벤디트는 지난달 "68에 대해 너무 많이 얘기해서 이제 지쳤다"면서도 유럽 1 라디오에 출연해 이 구호를 "코스모폴리티즘(범세계주의)이 담긴 가장 아름다운 구호였다"고 회고했다. 콘벤디트는 2015년에야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yonglae@yna.co.kr

파리국립미술학교 전시관서 열리고 있는 68혁명 50주년 특별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참고자료: 이성재 '68운동'(책세상·2009년), 전금주 '샹송'(살림·2010년), 로널드 프레이저 '1968년의 목소리-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박종철출판사·2002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투쟁의 이미지들'(2018.2.21∼5.20) 전시소개자료, 프랑스 유럽1 라디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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