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재의 밀담] 극초음속 무기 삼국지..누가 더 빠를까

이철재 입력 2018.04.22. 04:00 수정 2018.04.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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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창(矛)과 방패(盾)의 경쟁은 계속된다. 현대전의 창은 미사일이고, 방패는 미사일방어망이다. 최고의 방패는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은 여러 겹의 미사일방어(MD)망을 다져놓으면서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를 앞서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유인 비행체(마하 6)의 기록을 가진 X-15. [유튜브 캡처]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가만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방패를 뚫기 위해 창의 날을 갈고 있다. 그 핵심이 극초음속(Hypersonic) 무기다. 극초음속은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를 뜻한다. 극초음속 무기는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2시간 내 타격이 가능하다. 또 엄청난 속도와 현란한 기동으로 요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미국이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MD 망을 구축하자 그 결과로 러시아와 중국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전력이 무력화할 것을 우려하며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MD에 러시아와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로 대응

극초음속 무기 개발 테스트용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X-51 웨이브라이더. [사진 미 공군]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거꾸로 미국을 긴장시켰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스텔스 전투기 F-22ㆍF-35로 유명한 미국의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공군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 계약을 맺었다. 록히드마틴은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2022~23년까지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극초음속 기술 개발을 연구ㆍ개발의 최우선 순위로 둔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극초음속 무인 전략정찰기 SR-72. [사진 록히드마틴]


원천기술이 탄탄한 미국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탄탄한 극초음속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1967년 10월 로켓 비행기 X-15를 통해 첫 극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나라다. X-15는 마하 6.7로 날아갔다. 유인 비행체로 비행한 최고 속도로 기록된다.

이후에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2010년 5월 보잉의 X-51 웨이브라이더는 마하 5 이상으로 200초 이상 비행했다. 미 국방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팰컨이라는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SR-72 극초음속 무인정찰기를 개발 중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인 킨잘(왼쪽)과 극초음속 글라이더 아방가르드. [유튜브 캡처]


실전배치가 빠른 러시아

러시아도 극초음속 무기 강국이다. 실전배치 속도는 미국보다 더 빠르다. 지난달(현지시간)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 차세대 신무기를 공개했다. 이때 등장했던 6종의 신무기 가운데 2종이 극초음속 무기다.

아방가르드는 극초음속 글라이더(활공체)다.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탄도미사일이나 로켓 부스터에 실린 뒤 고도 100㎞ 정도에서 분리, 스스로 비행하면서 목표로 돌진한다. 아방가르드의 최대 속도는 마하 20이라고 러시아는 자랑한다. 또 러시아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아방가르드는 적의 방어망을 피해 다닐 수도 있다.


푸틴이 자랑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Kh-47M2)은 마하 10의 속도로 2000㎞를 날아간다. 미국의 토마호크는 최고속도가 마하 1에 최대사거리 1250㎞에 불과하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공중 발사 후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으로 목표 지점까지 비행한다. 러시아는 지닌달 미그-31BM 전투기에서 킨잘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 [유튜브 캡처]

러시아의 극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 지르콘(3M22)은 올해 실전 배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미사일의 최대속도는 마하 8이다. 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해 420㎞ 밖 적 함선을 타격할 수 있다.


매서운 중국의 추격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프로젝트는 2014년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하면서 ‘과학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 발사체가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라고 보도했다. 결국 중국은 2년 후인 2016년 “중국은 지구상 어떤 목표도 한 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글라이더 DF-ZF. [사진 위키피디어]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는 DF-ZF다. DF는 둥펑(東風)의 영어 약자다. 중국의 탄도미사일은 DF라는 분류기호를 갖고 있다. 한 때 Wu-14라고 불렸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아방가르드와 비슷한 극초음속 글라이더다.

DF-ZF는 2014년 1월 첫 비행에 이어 2016년 4월까지 7번의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인 프리비컨은 7번 시험비행 모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0년 무렵 DF-ZF를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호씨는 “탄도미사일처럼 극초음속 무기가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새로운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우려 때문에 극초음속 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의 새뮤얼 그리브스 국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뒤 “신속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 극초음속 무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극초음속 무기는 막을 수 없는 ‘궁극의 창’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 극초음속 무기를 막을 수 있는 요격체계 개발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사드의 사거리를 늘린 사드-ER로 극초음속 무기를 격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도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인 S-500에 극초음속 무기 요격 기능을 추가하려고 한다.

레일건과 레이저는 극초음속 무기의 빠른 속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 체계로 인정을 받고 있다. 레일건과 레이저는 아직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출력이 낮아 사거리가 짧고 파괴력도 약하다. 하지만 각국이 집중투자를 하고 개발 속도가 빨라 현실에서 볼 날이 그리 멀지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