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 과학 교실] 세 가지로 변신하는 마술사

윤병무 시인 2018. 4. 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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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B 제공

    세 가지로 변신하는 마술사

    _윤병무

    동장군이 며칠째 물러가지 않자
    우리 집 수도 계량기가 얼어 터졌어요
    다행히 땅속에 묻은 김장독은 무사했지만
    동치미의 살얼음에 내 얼굴이 비쳤어요

    달도 별도 숨더니 함박눈이 내렸어요
    내 동생이 눈을 뭉쳐 방에 가져왔어요
    방바닥에 놓았던 눈 뭉치가 사라졌다고
    어린 동생이 엉엉 울며 떼를 썼어요

    방 안에 둔 눈 덩이는 스르르 녹았지만
    대문 앞 눈사람은 몇 날 며칠 서 있었어요
    날씨가 내내 추워서 녹지는 않았지만
    햇볕이 쓰다듬어 조금씩 키가 작아졌어요

    감기 걸린 동생을 돌보시던 엄마가
    보리차를 끓이다가 깜빡 잠드셨어요
    발견하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주전자 속 보리차가 모두 졸아붙었어요

    우리 집엔 가습기가 없어요
    겨울이든 봄이든 건조한 날이면
    엄마는 저녁 무렵에 빨래를 하세요
    방에 넌 빨래가 아침엔 바싹 말라 있어요

    우리 집 겨울 음료는 수정과예요
    꼬들꼬들 말려 놓은 곶감까지 더해지면
    달고 시원한 수정과는 맛난 간식이에요
    그릇에 맺힌 물방울이 차가움을 나타내요

    봄부터 가을까지 꽃밭인 우리 마당도 
    겨울에는 들녘처럼 겨울잠에 들어요
    그 대신 유리창엔 남몰래 흰 꽃이 피어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성에꽃이 피어요

    물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물이 돼요
    물이 수증기 되고, 수증기가 물이 돼요
    수증기가 얼음 되고, 얼음이 수증기 돼요
    얼음장 같던 마음이 구름이 될 때도 있어요

초등생을 위한 덧말

동물이나 식물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은 ‘물’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지구 표면의 4분의 3은 물로 이뤄져 있어요. 그중 대부분은 바다이지만 강, 호수, 계곡, 눈 덮인 높은 산, 얼음과 눈이 가득한 북극과 남극, 그리고 땅속에도 물이 있어요. 또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공기 중에도 물이 있어요. 구름은 아주 작은 크기의 물방울이 모여 공중에 떠 있는 물이에요. 구름이 비나 눈이 되어 내리는 거예요. 또한 식물과 동물도 제 속에 물을 담고 있어요. 수박의 90퍼센트 이상은 물이고, 사람의 몸은 70퍼센트가 물로 되어 있어요. 이처럼 생물이 살아가려면 많은 물이 필요해요. 따라서 물은 생물이 탄생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고, 생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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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보낸 우주 로봇이 화성을 탐사하면서 아주 오래전에 그곳에서 강물이 흘렀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했어요. 화성에 도착한 로봇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과거에 화성에 물이 있었다면 생물도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해요. 지구에도 물이 있었기에 생물도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물은 생물의 고향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물은 온도에 따라 고체나 기체로 변해요. 액체인 물을 용기에 담아 끓이면 물은 점점 ‘김’이 되어 버려요. 이때 액체가 기체로 바뀌는 것 같지만 ‘김’은 아주 작은 액체예요. 반면에 위의 동시에서처럼 젖은 빨래를 말리면 빨래에 있던 물(액체)이 서서히 공기에 퍼져 기체로 바뀌어요. 이것을 ‘수증기’라고 하고 그 과정을 ‘증발’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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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물은 온도가 낮아져 영하로 내려가면 고체가 되어요. 얼음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액체인 물이 고체인 얼음이 되면 그 무게는 같아도 부피는 늘어나요. 마찬가지로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무게는 같아도 그 부피는 다시 줄어들어요. 그렇게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의 부피 차이는 10분의 1 정도 되어요. 그러니 냉동실에서 물을 얼릴 때 용기에 물을 가득 채우면 안 되겠죠? 용기가 부풀거나 깨질 테니 적당한 여유를 두어야 해요.

또한 물은 기체 상태인 수증기에서 그야말로 물(액체)이 되기도 해요. 물론 이때도 온도의 변화가 있어야 해요. 눈에 안 보이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온도가 낮아지면 액체로 변해 물방울로 맺혀요. 새벽에 기온이 낮아져 풀잎에 이슬이 맺히거나 차가운 음료수를 따른 물잔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이런 현상을 ‘응결’이라고 해요. 한자로는 엉길 응(凝), 맺을 결(結)이에요. 응결은 수증기가 엉기어서 물방울이 된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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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상태의 물, 즉 수증기가 고체가 될 때도 있어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낮아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액체로 바뀌지 않고 곧바로 고체가 되어요. 수증기가 작은 알갱이의 얼음이 되는 거예요. 겨울 아침에 낙엽을 덮는 하얀 서리나 유리창에 꽃잎 모양으로 얼어 버리는 성에가 그것이에요. 반면에, 고체인 얼음이 수증기가 되기도 해요. 신나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나 처마에 저절로 매달린 고드름이 영하인 날씨임에도 햇볕이 닿으면 천천히 수증기로 변하는데, 이를 ‘승화’라고 해요.

이처럼 변화무쌍한 물(액체)은 수증기(기체)가 되기도 하고 얼음(고체)이 되기도 해요. 또한 수증기(기체)가 물(액체)이 되기도 하고 얼음(고체)이 되기도 해요. 또 얼음(고체)이 물(액체)이 되기도 하고 수증기(기체)가 되기도 해요. 

이런 ‘물의 상태 변화’를 이용한 생활의 지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더위를 식혀주는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도 있고, 날씨가 건조할 때 틀어 놓는 가습기도 있으며, 마찬가지로 전기의 힘으로 물을 증발시켜서 물기를 말리는 헤어드라이어나 스팀 세탁기도 있으며, 자연 증발의 원리를 이용해 건조시킨 곶감이나 시래기나 황태도 있어요. 또한 우리 선조들은 바위에 여러 개의 구멍을 내고는 그 구멍에 물을 부어 얼려서 부피가 커지는 얼음의 원리를 이용해 손쉽게 건축용 바위를 쪼갰어요. 이런 지혜도 물이 있어야만 살아 있는 우리의 뇌에서 나온 생각이에요.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윤병무 시인 ybm1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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