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우승에서 신장제한 논란까지.. 다사다난했던 KBL

이준목 2018. 4.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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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우승했지만 인기 하락 프로농구, 활로 찾을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2017-18 시즌 프로농구가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서울 SK 나이츠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원주 DB를 물리치고 1999-2000시즌 이후 무려 18년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서울은 챔프전 첫 2경기를 패하고도 4연승으로 역스윕에 성공한 최초의 팀이 됐다.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도 시리즈를 뒤집은 것은 1997-98년의 대전 현대(현 전주 KCC) 이후 정확히 20년 만이다.

그동안 '문애런'이라는 조롱을 당했던 문경은 서울 감독은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이탈하는 악재 속에서도 테리코 화이트와 제임스 메이스를 중심으로 팀을 수습하여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문 감독은 2011년 서울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우승이자, 프로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차치한 역대 3번째 인물이 됐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한 SK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8.4.18 ⓒ연합뉴스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는 비록 챔프전에서 서울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상범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리빌딩'에 성공하며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부상한 디온테 버튼을 중심으로 두경민이 MVP급으로 성장했고 김태홍, 서민수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원주는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국내-외국 선수 MVP, 식스맨상, 기량발전상, 감독상 등 개인 타이틀을 대부분 싹쓸이하는 위엄을 보여줬다.

원주와 한국농구의 전설인 김주성은 2017-18 시즌을 끝으로 16년만에 프로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든 코트와 작별을 고했다. 김주성은 통산 득점(1만276점)과 리바운드(4423개)에서 서장훈에 이은 역대 2위이자 전매특허인 블록슛은 1037개로 1위다. 역대 한국농구에서 1000개이상의 블록슛과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 1500점을 돌파한 선수는 오직 김주성 뿐이다. 김주성은 원주에서 8번의 챔프전 진출과 3회의 우승, 5회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개나 목에 걸었다.  비록 마지막 챔프전 우승의 꿈은 이루지못했지만 김주성은 정규시즌 우승과 '은퇴투어' 등을 통하여 박수칠 때 떠나는 노장의 아름다운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전주 KCC도 올시즌 3위를 차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승진, 안드레 에밋, 전태풍 등 지난 시즌 부상에 허덕였던 주전들이 복귀했고 지난 여름 이정현과 찰스 로드 등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탄탄한 전력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아쉬웠다. 정규시즌 막판 우승 경쟁에서 원주와 서울에 밀려 4강직행을 놓치고 3위까지 추락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6강전에서 인천 전자랜드의 돌풍속에 최종전까지 치르며 고전했다. 전주 입장에서 우승전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4강이라는 결과는 만족하기는 어렵다. 추승균 감독은 용병술과 경기운영능력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PO 단골손님' 울산 현대모비스-안양 KGC 인삼공사-인천 전자랜드도 나란히 지난 시즌에 이어 6강행 열차에 탑승했다. 울산은 시즌 중반 주전센터 이종현의 시즌 아웃 부상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6할대 승률로 4위에 올랐다.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 KBL 사령탑 최초로 통산 600승 고지를 돌파했고 울산은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6강전에서 이종현이 빠진 골밑의 열세를 절감하며 안양 KGC에 사실상 완패했다. '모비스 왕조'의 주역이던 양동근-함지훈의 노쇠화를 확인하여 세대교체와 리빌딩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안양 KGC는 공동 5위로 하락했다. 간판 슈터였던 이정현의 전주 이적으로 인한 전력누수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MVP급 활약을 펼친 오세근과 양희종-전성현 등의 분전을 앞세워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은 지켜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오세근의 부상 공백으로 준결승에서 원주에 완패당하며 2연패에는 실패했다. 김승기 감독은 3년 연속 4강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지나친 주전혹사와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방식은 단점으로 남았다.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언더독' 구단으로 평가받는 인천은 올해도 6강행의 마지노선인 5할 승률을 잡아내며 끈질긴 생존본능을 과시했다. 하지만 평가는 미묘하게 엇갈린다. '버거셀'(버튼 거르고 셀비)이라는 희대의 신조어를 탄생시켰을만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디온테 버튼을 누리고 조쉬 셀비(시즌 도중 퇴출)를 선택한 유도훈 감독의 안목은 시즌내내 도마에 올랐다.

'5차전 징크스' 깨지 못해

플레이오프에서 선전하고도 다시 한번 '5차전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프로농구 10개 구단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챔프전 무대조차 밟지못한 유일한 팀은 인천뿐이다. 한때 찬사받던 언더독 이미지도 이제는 오히려 한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애매한 성적표였다.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 창원 LG, 부산 KT 등 4팀은 모두 나란히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지난 시즌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서울과 고양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드러내며 추락했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임동섭-김준일의 군입대와 주희정의 은퇴로 전력누수가 컸고 시즌 중반 간판 선수인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마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게 치명타였다. 귀화선수가 된 라틀리프도 다음 시즌에는 서울을 떠나 드래프트에 나오게 되어 전력누수가 커질 전망이다. 추일승 감독의 고양도 이승현의 군입대와 헤인즈의 서울 SK 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나란히 젊은 감독들이 이끌었던 창원 LG와 부산 KT에게는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초보 감독' 현주엽을 영입한 창원은 17승 37패로 9위에 그치며 2004-2005 시즌 이후 13년 만에 구단역사상 최악의 승률/순위와 타이기록을 이뤘다. 김시래, 김종규, 조성민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한 선수들의 이름값은 화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외국인 선수선 발에 실패했고,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던 현주엽 감독의 위기관리와 경기 운영 능력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막내 감독' 조동현의 부산은 1할대 승률(10승 44패, 0.167)에 그치며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허훈-양홍석 등 신인드래프트 1,2순위를 모두 확보했으나 반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2015-16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3년간 51승 111패(승률 0.315)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리빌딩과 성적, 어느 하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부산은 최근 계약이 만료된 조감독과 결별하고 서동철 전 고려대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한편으로 김영기 총재의 임기 마지막해였던 올 시즌 프로농구는 유독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렸다. 몇 년째 KBL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판정 논란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올해 챔피언팀은 서울 SK는 우수한 전력과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판정에도 유독 수혜를 입는다는 이미지와 함께 'SKBL'(SK+KBL)이라는 조롱섞인 평가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양 오리온-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도중 추일승 감독의 테크니컬 파울 논란,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원주 DB)의 유니폼 분해 사건, 하승진(전주 KCC)의 팔꿈치 가격 논란, 원주와 서울의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벌어진 이상범 감독의 테크니컬 파울 등은 모두 판정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KBL은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하여 시종일관 권위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한데 이어, 균형을 잡아야할 재정위원회에서도 고무줄같이 오락가락하는 '이중 잣대'로 징계를 남발하여 팬들의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

외국인 선수 개편안... 세계적인 웃음거리

심지어 KBL이 시즌 말미 강행한 외국인 선수 제도 개편안은 그야말로 '폭탄' 취급을 받고 있다. KBL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기존의 드래프트제에서 자유계약제로 환원하며 신장제한 기준을 장신선수 2m 이하-단신선수 186cm 이하로 엄격하게 강화하기로 했다. 신장 제한이라는 제도 자체가 현대 농구의 흐름상 시대착오적인 데다 이로 인하여 로드 벤슨-데이비드 사이먼 등 2m가 넘는 장수 외국인 선수들이 사실상 리그에서 강제로 퇴출되는 상황을 초래하며 농구팬들의 비난이 거세다.

KBL의 신장제한 정책은 해외 외신에서도 집중적으로 조명받는 등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현장에서도 원하지 않은 정책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KBL 집행부의 '일방통행'은 사실 김영기 현 총재의 재임기간 내내 계속된 문제점이기도 했다. 신임 총재와 집행부가 들어설 경우 가장 먼저 폐지되어야할 탁상행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프로 선수와 감독들도 변해야한다는 평가다. 과도한 외국인 선수 의존도와 차세대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부 스타급 국내 선수들은 과도한 '플라핑'(눈속임 플레이)이나 동업자 정신이 결여된 거친 플레이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플라핑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농구의 재미를 해치는 이런 관습들을 지능적인 플레이나 투혼으로 미화하는 풍조도 플라핑과 폭력적인 반칙들이 근절되지않은 이유로 꼽힌다. 최근 40대 젊은 감독들이 득세하고 있지만 현대농구의 흐름이나 새로운 전술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외국인 선수에 따라 성적이 오락가락하는 현상도 국내 지도자들의 '낡은 리더십'의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프로농구는 최근 지속적인 인기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평균 관중수는 2796명으로 원년 이후 20년 만에 3000명대 이하로 추락했다. 프로농구 방송중계 시청률도 배구 등 경쟁 종목에 밀려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KBL의 행정력과 스토리텔링 기근이 장기화되고 있는 프로농구에서 인기 회복은 점점 멀어지는 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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