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sible 한반도]김정일도 걱정했던 경제·국방 병진노선

고수석 2018. 4. 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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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 종료 선언
지난해 핵무력건설 완성 선포가 계기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에 총력 집중
김정일도 경제·국방 병진노선 고충 토로
국민들이 2~3배 생산력 높여야 성공 가능
유엔 제재 없어도 어려운데 지금은 한계 도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핵무력 건설을 완성했다고 선포한 이후 예상돼 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역사적 과업이 빛나게 관철됐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공화국(북한)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구호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를 제시했다. 그 실천과제로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공장·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해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퍼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를 의식한 듯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구호를 높이 들고 과학기술에 철저히 의거해 자강력을 끊임없이 증대시키며 생산적 앙양과 비약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부인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평양에 있는 류원신발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의 이번 선택에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강화되는 유엔 대북 제재하에서 병진 노선을 성공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버지 김정일도 김일성이 1962년 12월 노동당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노선’을 관철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김일성이 발표한 병진노선은 김 위원장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의 기원이 된다.

김일성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의 침략에 대비해 경제와 군사력을 모두 발전시켜야 그동안 이뤄놓은 사회주의 성과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일성이 병진노선을 발표한 것은 미국 요인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크게 성장한 군부의 영향력도 작용했다. 6·25전쟁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군대가 다시 성장했고, 특히 군대의 핵심 자리에 있던 항일빨치산 출신들의 입지가 강화됐다. 그들의 영향력은 북한의 정책 노선을 경제에서 경제·국방 병행 발전으로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이었던 김정일은 1967년 선전선동부 일꾼들에게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노선을 관철하려면 전체 인민이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를 갖추고 한결같이 떨쳐나서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높은 목표를 수행하면서 조국보위의 완벽을 기할 수 있도록 국방력을 강화하자면 한 사람이 두 몫, 세 몫을 해야 하며 생산과 건설을 평상시보다 두배, 세배의 높은 속도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에서 나서는 방대한 과업들을 성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10월 평안남도 평성 합성가죽공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일은 병진노선의 성공조건으로 한 사람이 2~3배로 생산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당시는 유엔 대북 제재가 없던 시절로 그나마 ‘평양속도’ ‘천리마속도’ ‘100일전투’ ‘200일전투’ 등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는 국제환경이 달라졌다. 미국과 든든한 우군이었던 중국마저 유엔 대북 제재에 발맞춰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사면초가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집권 초 군부 강경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병진노선을 채택했지만, 지금은 잦은 인사와 전격 발탁으로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병진노선이 아버지의 고충에서 드러났듯이 한시적일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그는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었다. 북한 권력 구도에서 하위에 있는 현실을 고려해 김 위원장은 내각 관료들에게 “경제사업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바로 차지”하는 동시에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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