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한잔은 괜찮다?"..공원 점령한 '음주자전거' 아찔

2018. 4. 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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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자전거족 “전문가라 맥주 한캔쯤은 괜찮아”
-한강공원 등 맥주캔 수북…이용객 안전 큰 위협
-9월부터 음주 주행시 벌금 20만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엄마야!” 지난달 따뜻한 봄날씨를 만끽하려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을 찾은 A씨는 하마터면 아찔한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자전거가 멀리서 달려오기에 길을 건너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멀리서 일렬로 달려오는 자전거 대여섯대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달려왔다. 하마터면 자전거에 치일 뻔한 A씨(30)가 한숨을 돌리는 사이, 자전거가 쌩하니 사라진 자리에선 알큰한 술냄새가 번졌다.

국내 자전거 인구 1300만명 시대. 따뜻한 봄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울 시내 공원을 찾는 자전거족이 늘고 있다. 그중에는 편의점 등에서 음주를 한 후 곧바로 자전거 운전에 나서는 음주주행족도 포함된다. 본인들은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타는 만큼 맥주 한 두캔 정도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행자 입장에선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안전상의 위협이다.

지난 1일 한강공원 반포지구 내 한 편의점 앞은 자전거 주행 중 목을 축이러 들른 자전거족으로 붐볐다. 대다수는 커피나 음료수로 목을 축이는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주류를 꿀꺽꿀꺽 들이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맥주를 마시는 자전거족의 모습. 20여분만에 한캔을 비운 이들은 다시 전문가용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탁자 위에 맥주캔과 함께 올려둔 자전거 헬멧이 이들이 자전거 주인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중간에 술이 모자라자 편의점에 가서 더 사오는 모습도 보였다. 자전거 주행복을 입은 모습이 영락없는 자전거족이었지만 주류 구입은 손쉬웠다. 이들은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대놓고 음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몇몇 자전거족들은 20분 남짓한 시간동안 맥주 한캔씩을 비우고 곧바로 자전거를 몰고 사라졌다. 맥주 한캔이라고는 하지만 취기가 채 다 사라지기 힘든 짧은 휴식시간이었다. 주말 이른 오전 시각부터 편의점 앞 쓰레기통에는 맥주캔이 수북하게 쌓였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형 지선일(41) 씨는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공원인데 술 마신 자전거 운전자들이 돌아다녀서야 되겠냐”며 “지금 아이가 자전거 타는 법을 막 배우는 중인데, 뒤에서 빠른 속도로 추월하는 전문용 자전거와 부딪히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편의점 쓰레기통에 쌓인 빈 맥주캔. 자전거 음주 주행은 불법이지만 자전거용 복장을 갖추고 헬멧까지 쓰고도 손쉽게 주류를 구입할 수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실제로 MTB 및 하이브리드, 로드 바이크, 픽시 등은 평균 시속이 20km 수준으로 한강 자전거도로 권장 속도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이 빠르게 질주하는 경우엔 시속 40km까지도 나온다. 보행자가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속도지만 정작 음주 주행자들은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들이라 한잔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안일한 입장이다.

이같은 인식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부천성모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상 자전거 이용자(4833명) 중 ‘음주 운전을 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1%로 나타났다. 8명 중 1명(586명) 꼴로 음주 주행을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주행자들이 대놓고 음주 주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음주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50조는 ‘자전거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는 벌칙이나 과태료가 없다.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음주 자전거 주행이 줄어들지 않자 행정안전부는 오는 9월부터 경찰이 자전거 음주 운전을 일반 음주 운전과 동일하게 단속하고 적발될 경우엔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자전거 음주 운전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바뀐 법마저도 처벌 강도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에선 자전거를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걸리면 최고 2500파운드(한화 약 370만원) 벌금을 내고, 독일은 최고 1500유로(한화 약 190만원)까지 벌금으로 내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최고 벌금 10만엔(약 100만원)에 5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할 정도로 자전거 음주 주행을 중죄로 다룬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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