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경매로 주파수 비용 연 4천억 증가..이통사들 '한숨'
업계 "보편요금제까지 삼중고"..시민단체 "혜택 누린 만큼 책임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채새롬 기자 = 5G 주파수 경매대가가 최소 3조원대로 책정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연간 부담해야 할 주파수 비용이 4천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비 인하 압박에 비싼 주파수 대가까지 감당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지만,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이통사가 그동안 과도한 혜택을 누려온 만큼 고통 분담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21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6월 있을 5G 주파수 경매로 이통 3사가 향후 5년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주파수 할당대가는 최소 연 3천9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매 시작가(최저 경쟁가) 3조2천760억원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이는 2019년 예상 매출액의 9.5% 수준(한국투자증권 추정)이다.
3사는 이미 LTE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1조3천억원가량을 정부에 내고 있다. 기존 주파수의 할당 기간이 대부분 2021년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3년간은 최소 연 1조7천억원을 주파수 사용 대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번 경매에서 총량 제한이 완화될 경우 주파수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총량 제한은 한 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는 주파수 양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나온 3가지 안 중 가장 높은 상한이 적용될 경우 낙찰가가 4조∼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3사가 연간 내야 하는 주파수 사용대가는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가 공공재이긴 하지만 엄연히 정부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쓰고 있다"며 "최근 통신비 인하 요구를 보면 마치 통신사가 공짜로 전파를 쓰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통신사가 내는 주파수 비용이 온전히 통신 소비자를 위해 쓰이지 않는 점도 논란거리다.
주파수 할당 대가와 전파사용료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재원이 되는데, 작년 두 기금 지출 예산 1조3천797억원 가운데 통신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직접 지원 사업에 배당된 금액은 1.8%인 26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주파수 대가를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업에만 통신비 인하를 요구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원가공개 압박이 커지는 점도 이통사들이 난감해 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는 조만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LTE 및 데이터전용요금제 원가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2G와 3G 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를 들어 원가공개를 판결한 취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현재 80%에 달하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LTE를 쓰는 만큼 LTE 원가를 근거로 통신 기본료 폐지를 재차 요구할 방침이다.
27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둔 보편요금제도 이통사에는 부담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시행 시 기존 요금의 연쇄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비용만 늘어나는 것"이라며 "매출을 증대시킬 구석은 없고 5G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소비자단체는 통신사가 그동안 정부가 만든 독과점 시장의 수혜를 누리면서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해 성장해온 만큼 통신비 인하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매출액에서 주파수 할당대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에서 할당대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0%로 프랑스 4.5%, 스페인 5.7%, 영국 9.5%, 독일 13.4% 등 유럽 주요국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정부 역시 5G 주파수 경매대가가 이전 LTE 경매와 비교했을 때 결코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통신사들이 통신 원가 책정 방식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로 투자를 위한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며 "통신비 인하를 위해 원가공개와 보편요금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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